체포된 위키리크스 설립자 어산지의 운명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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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살해위협-도주생활 힘들어해” 보석에 유리한 자진출두 선택한듯

줄리언 어산지 씨(사진)가 7일 체포됨에 따라 향후 그의 운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어산지 씨가 경찰에 자진출두 형식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보석 신청을 위한 수순을 밟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6일 영국 경찰이 스웨덴 수사당국이 발부한 ‘유러피안 체포영장’을 전달받자 버텨봐야 실익이 없다고 보고 보석신청에 유리한 자진출두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변호인단이 밝힌 아들 살해협박과 도주생활의 괴로움도 결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 향후 운명은

어산지 씨의 체포에도 불구하고 그의 신병이 체포영장이 발부된 스웨덴으로 넘어가기까지는 빠르면 일주일, 늦으면 2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 전에 영국에서 어산지 씨에 대한 보석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서에 출두한 어산지 씨는 같은 날 오후 영국 치안판사법정에 출두해 증언한다. 어산지 씨가 스웨덴 여성과 합의하에 성관계를 했다며 성폭행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어 어떤 결정이 날지 주목된다. 어산지 씨는 10만∼20만 유로(약 1억5000만∼3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보석금을 지원해줄 후견인과 6명의 보증인을 이미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어산지 씨는 스웨덴으로 송환되면 외부와 연락이 단절된 채 공정한 재판을 받지 못하고 나아가 자신에게 간첩죄 적용을 검토 중인 미국으로 압송될 확률이 높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어산지 씨의 스웨덴 측 변호인인 비에른 후르티그 씨는 “어산지 씨는 스웨덴 송환을 반대해 싸우겠지만 설사 스웨덴에 송환돼도 구속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영국 경찰에서 구속수사를 받았기 때문에 유럽 내에선 다시 구속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어산지 씨는 또 자신의 모국인 호주에도 도움을 요청했다. 로버트 매클랜드 호주 법무부 장관도 “어산지 씨가 호주로 돌아오는 데 아무런 장애물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의 입장도 단호하다. 에릭 홀더 미국 법무장관은 6일 기자들과 만나 “간첩법으로 위키리크스 폭로 관련 관계자를 처벌할 수 있지만 그 밖에 다른 법률적 수단도 있다”며 처벌을 위해 각종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어산지 씨에게 미국 간첩법이 적용되면 최대 사형판결까지 받을 수 있다. 어산지 씨의 체포소식이 전해지자 아프간을 방문 중이던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기자들에게 “좋은 소식”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 ‘최후의 심판 파일’ 터질까

어산지 씨도 나름대로 최악의 경우를 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자신이 체포되거나 웹사이트가 불능화되면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비밀문서를 포함한 ‘최후의 심판 파일(Doomsday files)’을 공개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 파일은 최근 미국과 호주 등에 있는 어산지 지지자 수만 명이 ‘위키리크스’ 웹사이트에서 내려받았으며 전 세계에 급속히 보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도 이 파일을 내려받은 누리꾼이 늘어나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어산지 씨는 파일을 암호화해 배포하는 작업을 오랜 기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비밀번호가 공개되면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파일은 어산지 씨가 구속될 경우 즉각 비밀번호가 공개되고 이를 입력하면 순식간에 모든 내용이 세계에 공개된다. 하지만 미국 등 각국 정부는 사실상 이를 막을 뾰족한 대책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산지 씨는 이 같은 암호 파일을 앞으로도 계속 배포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이 암호 파일에 미군의 관타나모 기지 고문, 아프가니스탄 민간인 학살, 월가 비리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비밀 파일 보급과는 별개로 미국 외교문서 공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어산지 씨가 체포된 뒤 위키리크스의 한 관계자는 “그의 체포는 위키리크스 운영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며 우리는 평상시와 다름없이 전문 공개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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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2월6일 동아뉴스스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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