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러 대비 비밀작전 세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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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시 폴란드-발트 3국에 9개 사단 파견
“클린턴 올1월 합의문 서명” 위키리크스 전문서 드러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조지아(그루지야)와 러시아 전쟁 이후 발트 3국의 안보 지원 요청을 받고 비상시 이들 국가에 대규모 군대를 주둔하는 비상계획을 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폭로사이트 위키리크스의 미 국무부 외교전문에 따르면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올해 1월 나토가 러시아의 위협으로부터 폴란드뿐 아니라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를 방어하기 위해 9개 사단을 배치하는 내용의 합의문에 서명했다고 가디언, 르몽드 등이 7일 보도했다.

전문에 따르면 2008년 8월 발트 3국은 조지아의 친(親)러시아 자치 지역인 남(南)오세티야의 독립을 둘러싼 러시아와 조지아 간 전쟁이 끝난 뒤 나토에 군사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2009년 나토의 비밀회담이 이어졌고 올해 2∼3월 유사시 폴란드와 발트 3국에 미국 영국 독일 폴란드 군으로 구성된 대규모 병력을 파견하는 군사계획을 확정했다는 것이다. 이는 중·동부 유럽을 지키겠다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르몽드는 “나토는 2004년 옛 소련 연방국가였던 발트 3국을 회원으로 받아들였지만 구체적인 안보지원 계획은 러시아와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수립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조지아 전쟁 후 발트 3국의 압력이 강화됐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나토는 폴란드 방어계획을 발트 3국까지 포함하는 내용으로 대폭 확대했으며 새 계획을 ‘이글 가디언(수호 독수리)’으로 명명했다. 나토는 첫 군사훈련을 내년 벌일 예정이며 이와 관련해 미국은 F-16 전투기와 C-30 수송기, 해군 특수부대를 배치하는 등의 군사지원을 폴란드에 제공하기로 제안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미국-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참석해 “우리는 새로운 위협에 맞서기 위해 나토 안에서 하나가 돼야 한다”고 말한 바 있는데 이것이 러시아의 잠재적 위협과 발트 3국에 대한 방위 문제를 시사한 것이었다는 것이다.

한편 나토의 비밀 논의 과정에서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를 우려한 독일이 한때 발트 3국 방어계획 수립에 소극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2009년 러시아와 벨라루스가 폴란드 국경 인근에서 전격적으로 대규모 연합군사훈련을 벌이자 논의가 급진전됐고 2009년 12월 비상계획이 최종 확정됐다고 전문은 전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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