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롯데, 계열사 2곳 자산 저평가… 호텔롯데에 헐값으로 넘겨”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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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수년치 내부 자산 흐름 분석

검찰은 롯데그룹이 계열사의 자산 가치를 실제보다 낮게 평가해 상장을 추진하던 호텔롯데로 넘기는 과정에서 거액의 횡령과 배임을 저지른 단서를 잡고 수사 중인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검찰은 또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국내보다 높은 금리에 롯데홀딩스 등 일본 자금줄로부터 대출을 받아 이자 명목으로 수백억 원을 지불한 사실을 확인하고 자금원을 분석하고 있다.

10일 롯데그룹 정책본부, 호텔롯데 등을 압수수색해 트럭 7대 분량의 증거를 확보한 검찰은 11일에도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빈 회장 등 롯데그룹 오너 일가의 ‘금고지기’ 역할을 한 L 씨 등 3명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이들을 소환 조사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 기업공개 앞둔 호텔롯데의 수상한 합병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일가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4부(부장 조재빈)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손영배)는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의 수년 치 자산 이동 과정을 분석한 결과 이 회사가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계열사의 알짜 자산을 저평가해 편입한 정황을 잡았다.

검찰은 롯데그룹이 제주리조트의 땅값을 도로에 맞닿은 부분이 없는 맹지(盲地) 기준으로 산정하는 등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합병해 호텔롯데에 부(富)를 몰아준 여러 증거를 확보했다. 호텔롯데는 2013년 8월 롯데제주리조트와 롯데부여리조트를 흡수합병했다. 합병으로 호텔롯데는 주당 11만4731원에 36만9852주의 신주(424억여 원)를 발행해 자사를 뺀 계열사 6곳에 28만3050주(324억여 원 상당)를 교부했다. 검찰은 리조트 사업 외에도 호텔롯데가 사업 여러 건을 헐값에 흡수했다는 첩보를 확보한 상태다.

검찰은 상장이 예상되던 호텔롯데로 여러 계열사 자산을 집중시킨 것은 이 회사의 지분 99% 이상을 보유한 롯데홀딩스, 광윤사 등 일본 대주주들을 염두에 둔 조치라고 본다. 상장으로 일본 주주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신 회장이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승계할 수 있는 효과를 노렸다는 얘기다. 롯데홀딩스와 광윤사 등은 신 회장 일가가 대부분의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검찰은 호텔롯데가 제주·부여리조트 합병으로 순환출자 고리가 생길 것을 알면서도 강행한 의도에 주목하고 있다. 호텔롯데의 지배를 받는 다른 롯데 계열사들이 호텔롯데의 지분을 갖게 되면 순환출자 고리가 생긴다. 호텔롯데는 흡수합병 당시 다른 롯데 계열사가 갖게 된 호텔롯데 신주를 6개월 안에 매입하겠다고 했지만 해당 주식은 롯데 계열사인 바이더웨이가 산 뒤 부산롯데호텔에 되팔았다.

○ 값비싼 일본자금 차입은 富 이전 수단?

검찰은 한국 롯데 계열사들이 일본 롯데 계열사 등으로부터 최고 연 10%대 고금리로 장기 대출을 받은 점도 수사 중이다. 대출 자금원이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조성된 비자금일 수 있고, 대출이자 지급 명목으로 오너 일가에 부를 이전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는 것이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말 현재 1조3192억 원가량의 장기외화차입금을 안고 있다. 차입금 중 일부의 금리는 최고 10%대에 이른다. 문제는 차입처 중에 ㈜일본롯데 등 일본 소재 롯데 계열사들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롯데쇼핑이 한국에서 빌린 장기원화차입금 1조60억 원의 금리가 연 2.2∼6.9% 수준인 점과 대조적이다.

롯데쇼핑 외에 호텔롯데 등 다른 계열사들도 비슷한 방식으로 일본 롯데로부터 돈을 빌렸다. 롯데를 상대로 ‘국부 유출’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배경에는 이런 이유도 있다.

롯데 계열사들의 수상한 자금 흐름은 국세청 세무조사에서도 일부 흔적이 발견됐다. 국세청은 2013년 벌인 세무조사에서 한국 롯데 계열사로부터 일본 롯데홀딩스에 확인되지 않은 뭉텅이 돈이 흘러간 뒤 용처가 불분명하게 사라진 정황을 포착했다고 한다.

○ 신동빈 회장, 미국에서 일본으로…

검찰은 11일 롯데그룹 오너 일가의 자금관리 담당자 L 씨 등 3명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이들을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롯데홈쇼핑이 각종 회계장부 등 증거를 인멸한 정황도 포착했다. 앞서 10일 서울 종로구 가회동 신 회장의 영빈관에서 압수한 비밀금고는 열지 못하고 있다. 비밀번호를 알고 있는 신 회장이 해외에 체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회장이 롯데케미칼이 투자한 미국 루이지애나 에탄크래커 공장 기공식에 14일 참석한 뒤 일본으로 가 6월 말 열리는 롯데홀딩스 주주총회를 준비할 예정”이라고 12일 말했다.

대대적 수사를 받는 롯데그룹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롯데가 김앤장 등 대형 로펌 2, 3곳을 비롯해 검사장 출신 등 유력 전관 변호사를 접촉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또 이번 수사의 핵심 대상인 롯데그룹 정책본부의 임직원 다수가 10일 오후 5시경 외국 메신저 프로그램 ‘텔레그램’으로 ‘사이버 망명’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텔레그램은 주고받은 대화에 암호를 설정할 수 있고 메시지가 운영업체 서버에 저장되지 않아 보안성이 강하다.

이런 와중에 신동빈 회장의 최측근인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는 롯데마트의 자체 브랜드(PB) 가습기 살균제인 ‘와이즐렉’ 제조 및 판매의 책임자로 지목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11일 구속됐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김준일 기자·손가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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