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좌 되찾은 ‘모리조’, 2025 WRC 시즌 트리플 크라운

  • 동아경제

왼쪽에서 세 번째 모리조 도요타 가주 레이싱 드라이버가 11월 30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WRC 최종전에 출전해 우승을 확정 짓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도요타 가주 레이싱 제공   
왼쪽에서 세 번째 모리조 도요타 가주 레이싱 드라이버가 11월 30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WRC 최종전에 출전해 우승을 확정 짓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도요타 가주 레이싱 제공   
모리조가 한국 언론과의 약속을 결국 지켜냈다. 올 초 한국 기자들 앞에서 WRC 제패를 다짐했던 그는 예상대로 시즌 정상에 오르며 2025년 WRC 대미를 장식했다. 이번 모리조 우승은 단순 개인 성과를 넘어 도요타 가주 레이싱(이하 TGR)의 기술력과 전략, 모터스포츠에 대한 깊은 이해가 결합된 결과라는 평가다.

도요타 가주 레이싱은 1일 2025 FIA 월드랠리챔피언십(WRC)에서 제조사·드라이버·코-드라이버 부문을 모두 석권하며 시즌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모리조라는 예명으로 모터스포츠 선수로도 직접 활동하고 있는 토요다 아키오 도요타자동차그룹 회장은 지난 1월 열린 도쿄 오토 살롱에서 “올 해 WRC에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고 ‘한국의 기자들에게 축하를 받고 싶다’”는 목표를 밝혀 화제가 됐다. 아키오 회장, 모리조는 목표대로 올 시즌 WRC 3대 타이틀을 모두 확보, 다시 왕좌에 올랐다.

이번 우승은 TGR이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모터스포츠를 통한 더 좋은 차 만들기’ 철학이 명확한 성과로 입증된 시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2025년은 WRC 최상위 클래스인 랠리1 차량 규정이 크게 개편된 해이기도 했다. 파워트레인 및 성능 기준이 전반적으로 조정되며 차량 특성과 셋업 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졌고, 이에 따라 모든 팀은 시즌 초반부터 개발 방향과 운영 전략을 바꿨다.

TGR은 개막전 랠리 몬테카를로에서 1·2위를 기록하며 안정적인 출발을 알렸다. 이어 사파리 랠리 케냐 우승, 랠리 이스라스 카나리아스서의 1~4위 동시 진입, 센트럴 유로피언 랠리와 랠리 재팬에서의 포디움 확보 등 주요 라운드에서 꾸준히 상위권 성적을 이어갔다. 기존 데이터만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변화 속에서도 TGR은 빠르고 정확한 적응력을 바탕으로 시즌 내내 경쟁 우위를 유지했다.

이러한 흐름은 최종전 사우디아라비아까지 총 12승으로 이어졌고, TGR은 제조사 챔피언십을 조기에 확정했다. 이는 최근 7년 동안 여섯 차례 드라이버 챔피언을 배출한 TGR의 기술적·운영적 기반이 2025 시즌에도 안정적으로 유지됐음을 보여준다. 제조사 부문은 차량 플랫폼과 내구성을 중심으로 기술력을 평가하며 드라이버 부문은 드라이버의 역량과 엔지니어링 팀과의 호흡이 중요하다. 코-드라이버 부문은 노트 분석과 전략 판단 능력이 핵심 요소다.

이처럼 서로 다른 세 부문의 요건을 한 시즌에 모두 충족하기 위해서는 “차량 기술, 팀 운영, 개발 문화”가 높은 수준에 도달해 있어야 한다. TGR은 경험 많은 베테랑과 성장세가 뚜렷한 신예 드라이버가 조화를 이루는 균형 잡힌 제품군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각 라운드에서 축적되는 주행 데이터와 드라이버 피드백을 신속하게 차량 개발과 셋업에 반영하는 체계가 자리 잡혀 있고, 다수의 차량 출전을 통해 꾸준한 포인트 확보가 가능하도록 설계된 운영 전략도 제조사 챔피언십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요소로 평가된다.

TGR은 WRC뿐 아니라 뉘르부르크링 24시 내구레이스, WEC 등 다양한 극한 환경의 레이스를 개발 현장으로 활용해 왔다. 이러한 환경에서 축적되는 데이터는 양산차의 품질·내구성·안전성 향상으로 이어진다. 드라이버의 감각을 엔지니어가 기술적으로 해석하고 개발팀이 이를 즉시 반영하는 피드백 루프는 TGR이 강점을 갖는 핵심 프로세스다. 이를 통해 드라이버·엔지니어·개발자가 ‘한 팀’으로 움직이는 개발 문화를 구축해왔다.

아키오 회장은 올해 도쿄 오토살롱에서도 레이싱은 더 좋은 차를 만들기 위한 솔직한 시험대라고 강조한 바 있다. 실제로 2025년 뉘르부르크링 내구 레이스에 직접 출전한 그의 행보는 ‘현장에서 배우고 개선하는 개발 방식’이 TGR의 문화적 기반임을 다시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2025년 트리플 크라운 달성으로 기술적 성과가 확인된 만큼, 업계에서는 GR의 다음 행보를 주목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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