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씨 옛 주소지 산둥성… 덩샤오핑과 무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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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만나온 지인들 “손녀일 가능성 전혀 없어”

중국 상하이 주재 한국총영사관을 뒤흔든 중국 여성 덩신밍 씨가 일각에 알려진 것처럼 덩샤오핑(鄧小平) 전 중국 최고지도자의 손녀일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덩 씨와 안면이 있는 일부 인사는 그가 덩샤오핑의 직계는 아닐지라도 방계(傍系) 손녀는 되는 것으로 추정했다. 덩 씨는 실제 “할아버지가 혁명을 하던 시절…” “할아버지가 하방(下放) 됐을 때” 등으로 말해 덩샤오핑과 관련이 있다는 분위기를 풍겼다고 한다.

하지만 덩 씨와 오랫동안 만나온 상하이의 다른 인사들은 “덩 씨가 스스로 덩샤오핑의 손녀라고 말한 적이 없다”며 “정체가 궁금해 ‘덩샤오핑의 손녀가 아니냐’고 물으면 그냥 웃기만 했다”고 전했다. 덩 씨의 영향력이 이상하리만치 강해 그런 추측이 나왔을 것이라는 얘기다. 다른 한 인사는 “중국에서 덩샤오핑의 손녀라고 말하고 다니면 중국 정부가 가만히 뒀겠느냐”고 말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덩 씨의 옛 신분증에 적힌 주소지에 덩 씨 성을 가진 중국인이 많이 산다는 사실이다. 그가 상하이에서 새 신분증을 발급받기 전 사용한 옛 신분증의 주소는 산둥(山東) 성 텅저우(등州) 시 자오창(敎場) 가 355호. 현재 이곳은 헐려 없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지역에 사는 한 주민은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곳에는 덩 씨가 많다”며 “덩 씨 중에 덩샤오핑의 친척이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 “덩신밍 씨가 이곳 출신이라면 덩샤오핑과는 전혀 관계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덩 씨는 자신이 태어나 자란 곳에 대해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말을 바꿨다고 한다. ‘홍콩의 몰락한 기업가 딸’로 산둥 성에 살았다고 했다가 “홍콩에서 자랐다”고 말한 적도 있다는 것. 하지만 덩 씨의 과거 및 현재 신분증 2개, 2002년 및 2006년에 발급된 여권, 2004년 딸의 출산증명서를 토대로 추정할 때 덩 씨는 산둥 성 출신이라는 게 정설이다.

그의 신분증 번호(370481197810XXXXXX)를 중국 사이트(www.2345.com/tools/shenfenzheng.htm)에서 조회하면 옛 신분증의 주소지인 산둥 성 텅저우 또는 짜오좡(棗莊)에서 발급된 것으로 나온다.

덩 씨를 만난 적이 있는 중국인 A 씨(68)는 17일 “덩 씨의 말은 2년 전만 해도 산둥 사투리가 심했다”며 “나중에는 산둥 말에 상하이 사투리를 섞어 쓰곤 했다”고 전했다. 덩 씨가 어린 시절 산둥 성에서 자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덩샤오핑은 쓰촨(四川) 성 출신이다.

상하이=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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