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유족들 “참담… 文대통령 직접 설명해달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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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 방남 논란]靑 찾아가 면담 요구하며 눈물
“내 자식 나라 지키다 죽었는데…”

청와대 앞 천안함 유족들 25일 청와대 앞에서 천안함46용사유족회 소속 유족들이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방남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문재인 대통령 면담을 요청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청와대 앞 천안함 유족들 25일 청와대 앞에서 천안함46용사유족회 소속 유족들이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방남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문재인 대통령 면담을 요청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어른(천안함 용사)들은 어른이라고 해. 이 어린 것들은 어떻게 할 건데!”

25일 오후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열린 ‘천안함 폭침 주범 김영철 방한 규탄 기자회견’에서 한 30대 여성이 울분을 토로했다. 이 여성은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으로 남편을 잃고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 여성의 절규를 따라 여기저기서 울음이 터져 나왔다.

오후 2시 40분경 천안함46용사유족회 소속 30여 명은 청와대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구했다. 이들은 “‘폭침 주범이 김영철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정부 관계자의 발표는 정부가 김영철을 비호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게 한다”며 “현 정부 들어 유족들이 소외당하고 무시당한다는 생각에 참담하다. 아픔과 상처를 문 대통령께서 직접 위로·격려해줄 생각은 없느냐”고 밝혔다. 한 유족은 “내 자식은 나라 지키다가 죽었다. 우리가 세월호보다 못하나. 우리는 왜 참아야 하나”라고 소리쳤다. 고 강태민 상병의 어머니 봉순복 씨(53)는 “이럴 줄 알았으면 우리도 (시신을) 모두 찾을 때까지 몇 년이고 기다릴 걸 그랬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성우 유족회장은 “부모와 형제 자식을 가슴에 묻고 살아가는 유족들의 아픈 마음을 보듬어줄 생각이 있다면 꼭 문 대통령이 답변해 주길 바란다”며 “유족들을 무시하고 답변이 없다면 분신을 할 각오로 이 자리에 다시 서겠다”고 말했다. 유족들의 항의서한은 오후 3시 20분경 청와대 정무수석실 행정관에게 전달됐다.

앞서 이날 오전 유족들은 김영철의 방남 저지를 위해 9시 30분경 경기 파주시 통일대교 남단에서 첫 집회를 시작했다. 40여 명의 천안함 유가족이 함께했다.

김영철은 오전 10시경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한 방남이 예고돼 있었다. 현장에는 경찰 병력 2500명이 배치됐다. 유족들은 ‘김영철은 유족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라’ ‘북한은 천안함 폭침을 사죄하라’는 손팻말을 들었다. 일부 유족은 김영철의 사진에 빨간색으로 ‘×’자를 그려놓은 팻말을 꼭 붙잡고 있었다.

통일대교 집회 현장은 김영철의 ‘우회’로 마무리됐다. 김영철이 통일대교를 이용하지 않고 인근의 전진교를 통해 서울로 이동했다.

파주=황성호 hsh0330@donga.com /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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