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출발 2시간前 전세기 운항 ‘OK’… 남북 선수들 정상 올라 “우리는 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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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 스키선수단 등 45명 아시아나機 타고 동해 항로 첫 방북

“마식령 갑니다” 알파인스키 국가대표 상비군이 31일 강원 양양공항에서 북한 마식령 스키장으로 떠나는 비행기에 탑승해 손을 흔들고 있다. 이들은 북한 선수들과 1박 2일간 공동훈련을 할 예정이다. 양양=사진공동취재단
“마식령 갑니다” 알파인스키 국가대표 상비군이 31일 강원 양양공항에서 북한 마식령 스키장으로 떠나는 비행기에 탑승해 손을 흔들고 있다. 이들은 북한 선수들과 1박 2일간 공동훈련을 할 예정이다. 양양=사진공동취재단
“여러분 지금 막 (북한 영공에) 진입했습니다. 누군가가 앞서 걸었던 피땀 어린 노력으로 이곳에 다시 올 수 있게 됐습니다.”

31일 오전 11시경 마식령 남북 공동훈련 스키선수단과 공동취재단 등 45명이 탑승한 아시아나항공 A321-200 기내에 차호남 기장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틀 전 북측이 돌연 금강산 공연을 취소해 마식령 훈련에도 영향이 예상됐지만 순탄히 강원 원산 갈마비행장에 도착했다. 2015년 10월 남북 노동자통일축구대회 이후 2년 3개월 만에 남북 하늘길이 열린 것으로 우리 항공기의 동해 항로 이용은 처음이다.

통일부는 이날 “남북 간 협의는 완료된 상황이었지만 항공기 운항과 관련해서 미국을 포함해 우리 측 내부 조율에 문제들이 있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해 9월 발표한 대북제재 행정명령에서 ‘북한을 경유한 모든 비행기는 180일 동안 미국을 들어갈 수 없다’는 대목 때문. 미국이 OK 사인을 보낸 것은 출발 2시간 전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북한의 일방적인 금강산 공연 취소에도 마식령 훈련을 떠나기 위해 지나치게 대북 저자세로 일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은 여전하다. 우리 측은 이날 마식령으로 떠나기 전까지 북측으로부터 금강산 공연 취소 이유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

우리 측 스키 선수들은 이날 마식령 스키장에 도착해 북측과 자유 스키를 즐겼으며 남북 선수들은 거의 대화하거나 어울리지 않았지만 곤돌라를 타고 정상으로 올라가 단체 사진을 찍으며 ‘우리는 하나다’라고 외쳤다. 남북 선수들은 번호표 위에 각각 태극기와 초상 휘장을 달지 말자고 서로 합의했다. 그러나 단일팀에 합류한 북한 여자아이스하키 선수들은 인공기가 부착된 유니폼을 입고 왔던 점을 감안하면 “우리가 태극기를 또 양보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 측 박제윤 선수는 강원도 용평이나 하이원 스키장과 비교했을 때 마식령 스키장이 어떠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크게 부족하지 않은 스키장이다. 설질이 괜찮다”고 말했다. 스키장 정상에는 음료와 먹을거리를 판매하는 200석 규모의 편의시설이 있었다. 책임자라는 정명 씨는 “겨울에 하루 수백 명이 온다. 당일치기로, 가족 단위로 즐기러 오는 분이 많다”고 말했다. 훈련이 시작되기 전 방북단은 마식령호텔 2층에서 식사했다. 금강산 지역에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할 때와 비슷하게 19가지 음식이 나왔다.

한편 우리 스키선수단이 1일 돌아올 때 평창 올림픽에 참가하는 북한 선수 10명을 포함한 북측 인원 32명이 함께 전세기를 타고 남한 땅을 밟는다. 당초 경의선 육로가 유력했지만 이미 도착한 여자아이스하키 선수단 외의 나머지 북측 선수단이 한꺼번에 항공편으로 오게 됐다. 북한 선수 10명은 알파인스키 3명, 크로스컨트리스키 3명, 피겨스케이팅 페어 2명, 쇼트트랙 2명 등이다.

마식령=통일부 공동취재단 / 신나리 journari@donga.com·홍정수 기자
#마식령#평창올림픽#남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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