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표준시간 만들라”… 美中 달탐사 경쟁속 백악관, 나사에 지시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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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지구보다 시간 빠르게 흘러
2026년까지 국제적 합의 모색

미국 백악관이 미 항공우주국(NASA)에 2026년까지 지구의 국제표준시간 기준인 협정세계시(UTC·Universal Time Coordinated)와 같은 ‘달 표준시간(standard time)’을 만들 것을 지시했다. 세계적으로 달 탐사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 등의 부상을 견제하고 향후에도 우주산업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2일 로이터통신이 공개한 백악관 과학기술정책국(OSTP) 문서에 따르면 최근 아라티 프라바카 OSTP 국장은 NASA에 “협정세계시와 같은 개념의 ‘협정 달 시간(LTC·Lunar Time Coordinated)’을 만들 계획을 세우라”고 지시했다.

LTC란 쉽게 말해 달의 환경 등에 맞춘 시간을 일컫는다. 현재 지구에서 그리니치 평균시를 바탕으로 만든 협정세계시처럼 하나의 기준을 만들어 달에 적용되는 통일 시간을 만드는 것이다. OSTP 관계자는 “달에 적용되는 표준시간이 있으면 우주선이나 달 기지 등에서 데이터 전송이나 통신 동기화를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표준시간을 세우는 게 말처럼 쉽진 않다. 달의 중력은 지구의 6분의 1 수준이다. 중력이 달라 달은 지구보다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 OSTP에 따르면 달의 시간은 지구보다 하루 평균 58.7μs(마이크로초·1μs는 100만분의 1초)가 빠르다.

로이터통신은 “OSTP는 정확한 LTC를 만들기 위해 달 표면에 ‘원자시계’를 배치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원자시계란 원자의 전자기파 진동 수를 측정해 시간을 재는 방식이다. 현재 지구 협정세계시도 이를 사용하고 있다. OSTP는 “달의 까다로운 환경에서 작동하는 데 필요한 정확성을 가진 표준시간은 미국은 물론 모든 우주 탐사 국가들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달 표준시간은 미국이 홀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달 시간을 정하는 방법마저도 맘대로 정할 수 없다. 기존 국제기구는 물론이고 ‘아르테미스 협정’에 참여한 국가들의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르테미스 협정은 2027년을 목표로 미국이 주도하는 유인 달 착륙 프로젝트로, 한국 등 36개국이 가입해 있다. 특히 해당 협정은 최근 2030년 유인 달 탐사를 목표로 하고 있는 중국이 참여하고 있지 않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달 표준시간#달탐사 경쟁#백악관#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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