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로 전세계 시간 ‘1초’ 빨라져… 녹아내린 빙하, ‘이것’에 영향 준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28일 16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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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쇄빙연구선 아라온호가 북극항해 중 발견한 북극곰 한 마리. 지구온난화로 얼음이 녹아 올라설 빙판마저 줄어든 모습. 27일(현지 시간) 미 연구진은 기후위기로 극지방 얼음이 녹으면서 지구의 자전 속도까지 바꿔놓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극지연구소 제공
기후 위기로 2029년쯤 전세계 시간이 ‘1초’ 빨라질 것이란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온난화로 녹아내린 빙하가 지구의 자전 속도를 느리게 함에 따라 지구가 한 바퀴 자전하는 것을 기준으로 정해진 시간 설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이유다.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소속 지구물리학자 던컨 애그뉴 교수는 27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기후 위기로 그린란드, 남극 대륙 등에 있던 수km 두께의 얼음들이 녹아 생긴 물이 적도로 이동하면서 지구가 더 구형으로 변하고 있다. 그 결과 하루 24시간의 길이를 결정하던 자전 속도 또한 느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논문은 자전 속도로 변화로 인한 오차를 보정하기 위해 2029년경 세계 시간을 인위적으로 1초 앞당기게 될 것이라고 결론내렸다. 애그뉴 교수는 “인간이 지구 자전을 변화시켰다는 사실은 놀라운 이야기”라고 말했다.

1972년 미 항공우주국(NASA)의 마지막 유인 달 탐사 우주선인 아폴로17호 우주비행사들이 인류로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직접 촬영한 둥근 지구 사진
1972년 미 항공우주국(NASA)의 마지막 유인 달 탐사 우주선인 아폴로17호 우주비행사들이 인류로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직접 촬영한 둥근 지구 사진

전통적으로 인류는 지구의 자전주기를 24시간으로 보는 ‘태양시’를 사용해왔다. 하지만 일정하지 않은 지구의 자전 속도 대신, 보다 정확한 시간을 사용하기 위해 현재는 세슘 동위원소가 91억9263만1770회 진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1초’로 삼는 세계협정시(UTC)를 채택하고 있다. 동시에 자전 속도 변화로 인해 누적된 시간차가 0.9초 이상이 되면, 그해의 말일 또는 6월 30일의 끝에 태양시에 1초짜리 윤초(閏秒)를 더하거나 뺌으로써 UTC와 같게 조정해 왔다. 몇 년에 돌아오는 윤달과 비슷한 원리다.

중요한 것은 첫 도입된 1972년부터 가장 최근인 2016년까지 총 27차례에 걸친 윤초는 전부 1초를 추가하는 방식의 ‘양의 윤초’였는데, 기후위기로 인해 사상 처음으로 1초를 빼는 ‘음의 윤초’가 필요하게 됐다는 것이다.

윤초는 너무 짧아 우리가 체감할 순 없다. 하지만 디지털 시계를 사용하는 통신, 소프트웨어, 위성항법 등에서는 엄청난 차이로 여겨진다. 가령 2012년 미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과 2017년 미 네트워크 기업 클라우드플레어는 윤초를 적용하면서 먹통이 된 바 있다. 프랑스 국제도량형국(BWM)의 시간 담당자 파트리지아 타벨라는 “1초 삭감은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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