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이란서 2년간 가상화폐로 수천만달러 지원받아”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1월 13일 15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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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이란으로부터 2년 간 지원받은 거액을 가상화폐로 전환해 이용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스라엘 금융당국의 감시망이 좁혀오자 추적을 피하기 위해 이같은 방식을 적극 활용해왔다는 것이다.

11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과 미국의 전·현직 관료 등 소식통을 인용해 하마스가 중동지역 이슬람 문화권 내 전통적 금융 시스템인 하왈라(은행을 통하지 않고 일정 수수료를 지급하면 전 세계에서 입출금이 가능)를 통해 약 2년 간 이란으로부터 수천만 달러를 조달한 뒤 이를 가상화폐로 전환해 보관해왔다고 보도했다.

WSJ는 “2019년 중반 하마스의 자금줄을 관리하는 관료가 이스라엘군 공격으로 살해되면서 이스라엘의 감시를 피하기 위한 금융 전략이 바뀌었다”며 “처음엔 하마스가 지지자들로부터 소규모 기부를 받는 목적으로 가상화폐가 활용됐으나 2020년경부터는 이란이 하왈라 시스템을 활용해 거액을 송금하는 주요 방식이 됐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금융당국은 하마스가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사용하는 전자지갑 주소를 자주 바꾸고 가상화폐를 쪼갠 뒤 뒤섞는 기술 등을 통해 추적을 피하며 자금을 주고받았다고 보고 있다. 이스라엘 국가대테러금융국(NBCTF)은 이 같은 방식으로 조성된 자금이 테러 범죄에 사용됐다는 이유로 2021년 가자지구 내 가상화폐 거래소 3곳이 보유한 가상화폐에 대해 7건의 압류명령을 내리는 등 지속적으로 단속해왔다.

이스라엘 당국은 단속 대상 거래소와 연결된 것으로 확인된 전자지갑에 4100만 달러, 또 다른 무장단체인 팔레스타인이슬라믹지하드(PIJ)와 연결된 지갑에 9300만 달러가 송금됐던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WSJ는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일부 가상화폐 거래소는 하마스의 국제 송금을 담당하는 창구로 보인다”고 전했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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