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유일 탈출길’ 라파 통행로, 여전히 굳게 닫힌 이유는

  • 뉴스1
  • 입력 2023년 10월 18일 12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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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이후 열흘째 봉쇄 상태인 가자지구의 유일한 탈출길인 이집트 국경 인근 라파 통행로가 여전히 굳게 닫힌 채 열리지 않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전면 봉쇄하면서 식량과 구호품 등이 바닥나 주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각국의 각기 다른 셈법 속에서 열리지 않는 라파 통행로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가자지구 내 인도주의적 상황이 악화되면서 공습을 피해 대피하려는 주민들이 라파 통행로로 몰려들고 있지만, 여전히 이집트 국경으로의 길은 열리지 않고 있어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피란길에 올랐던 이들은 닫힌 문 앞에서 밤을 새우고, 구호 물품을 가득 실은 트럭들과 유엔 소속 차량들은 국경 검문소를 통과하지 못하고 이집트 시나이 반도의 알 아리쉬 도로 주변에 대기하고 있다.

피란민들 대부분은 외국인이거나 외국 여권을 소지한 팔레스타인인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전날 민간인을 위한 물자 반입을 위해 양측이 일시 휴전하고 국경 검문소를 잠정 개방하는 방안이 논의됐으나 무산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찾은 가운데, 미국과 이집트·이스라엘 등이 라파 통행로 개방에 합의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으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실이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하며 혼란은 가중됐다.

이처럼 라파 통행로가 열리지 않는 데엔 각국의 각기 다른 이해 관계가 작용하고 있는 탓이 크다. 특히 국경 검문소를 통제하는 이집트는 가자지구 원조엔 찬성하면서도 가자 남부에 있는 100만명에 달하는 피란민이 유입될 우려에 라파 통행로를 개방하지 않고 있다.

특히 2008년 수만명의 난민이 유입됐던 상황을 겪었던 이집트는 이번 전쟁에서도 수백만 난민이 유입될까 우려를 표하고 있다.

사메수크리 이집트 외무장관은 “안타깝게도 이스라엘 정부가 가자지구로 구호물자 반입이나 제3국 국민의 출국을 허용하는 입장을 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측은 인도주의 지원 물자로 위장해 하마스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무기 반입이 이뤄질 수 있다는 데 우려를 표하면서 맞서고 있다.

가자지구 남부와 이집트 북부 시나이 반도를 잇는 라파 통행로는 이스라엘이 통제하지 않는 국제사회와의 유일한 연결 통로로 꼽혔다.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통치하기 시작한 2007년부터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봉쇄를 이어 왔다.

이스라엘이 유일하게 통제하지 않는 라파 통행로를 통해 팔레스타인인들은 가자지구 내 가족들을 보거나 이집트에 있는 병원 등을 오가기 위해 이 통로를 이용해 왔다.

라파 통행로는 공식적으로 이집트와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당국이 통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지난 7일부터 계속된 전쟁 상황 속 이스라엘은 이 곳 일대에 대한 공격도 이어가고 있다고 팔레스타인 하마스는 주장하고 있다.

하마스는 지난 24시간 동안 라파와 인근 가자지구 마을 칸 유니스에 대한 공습으로 약 80명이 사망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유엔과 국제사회는 가자지구 내 인도주의적 지원을 위해 라파 통행로를 개방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하고 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에 이어 바이든 대통령까지 이스라엘을 찾으며 전쟁 중재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미국도 라파 통행로 개방을 설득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미국 측이 라파 통행로를 감시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집트 관리들이 특정 안보 위협을 이유로 이를 막고 있다”고 상황의 어려움을 전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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