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전문가 모시기 전쟁… 넷플릭스 “연봉 12억원”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8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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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콘텐츠-유통-금융-제조업까지
AI 전문인력 확보에 사활 걸어… CEO 절반 “AI 도입후 인력조정”
AI반도체 품귀… 1년 기다리기도
‘공동 구매’ 스타트업까지 등장

“연봉 90만 달러(약 12억 원).”

지난달 말 전 세계 1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 넷플릭스가 인공지능(AI)의 하위 개념인 머신러닝 연구원을 모집하면서 내건 문구다. 챗GPT 등 생성형 AI에 대한 관심과 활용이 확대되면서 금융, 유통, 빅테크, 엔터테인먼트 등 산업 분야를 막론하고 관련 인력의 채용이 급증하고 이들의 몸값 또한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동시에 AI의 확산이 기존 일자리를 줄이는 조짐도 보인다. 미국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143명 중 약 절반은 “생성형 AI의 도입으로 고용 중단 및 조정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딜로이트컨설팅이 17일 공개했다.

● AI 인력 몸값 “美 상위 1%보다 많아”


넷플릭스는 당시 AI 관련 분야에 채용공고 3건을 내면서 각각 90만 달러, 75만 달러, 70만 달러의 연봉을 제시했다. 지난달 경제매체 포천은 미 상위 1% 소득자의 평균 연봉이 65만 달러라고 추산했는데 이를 능가한 수치다.

넷플릭스는 인력 채용 외에 향후 콘텐츠 제작 등에도 AI 관련 기술을 널리 사용할 뜻을 밝혔다. AI를 통해 시청자의 선호도 등을 파악한 뒤 이를 근거로 콘텐츠 제작 방향을 설정하거나 제작비 규모를 추산한다는 것이다.

미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 또한 생성형 AI 수석 관리자의 연봉으로 34만3300달러(약 4억6000만 원)를 제시했다. 클라우드 서비스 분야에서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아마존은 올 6월에는 1억 달러를 투자해 자체 아마존웹서비스(AWS) 생성형 AI 혁신센터도 구축했다. 아마존은 고객과 AI 및 머신러닝 분야 기업 전문가를 연결해 의료, 금융, 제조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미 최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생성형 AI 기술자 채용에 보너스를 포함해 40만 달러(약 5억3600만 원)를 제시했다. ‘유통 공룡’ 월마트의 AI 담당자 연봉 또한 25만2000달러(약 3억3000만 원)다. 일부 기업은 채용 담당자가 AI 기술자를 직접 찾아가 ‘삼고초려’를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인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한편에선 AI가 기존 저숙련 일자리를 대체하는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17일 ‘딜로이트·포천 CEO 서베이’에 따르면 미 매출액 상위 500개 기업 경영자 143명 중 49%가 “생성형 AI 도입으로 인력 고용 중단이나 계획 조정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83%는 “AI 등 첨단 기술 발전에 따라 6개월 이내에 직원 재교육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

● AI 반도체 대기에 1년…‘칩 공구’ 스타트업까지


AI 운용에 꼭 필요한 첨단 반도체의 품귀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AI 열풍으로 미 주요 스타트업과 투자자들이 AI 서비스 개발 및 가동에 필수적인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16일 전했다.

GPU는 방대한 규모의 데이터 연산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로 인해 스타트업 업계에서 GPU가 첨단 반도체에 꼭 필요한 ‘희토류’ 수준의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세계 최대 GPU 업체 엔비디아의 고성능 칩 ‘H100’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전 세계 정보기술(IT) 기업이 확보에 혈안이 돼 있다. 미 AI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헤비아의 조지 시불카 CEO는 NYT에 “업계 사람들끼리 ‘H100을 가진 사람을 알고 있다’며 정보를 공유하는데, 마치 마약쟁이들이 마약 구하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현재 AI 관련 고성능 반도체를 확보하려면 최대 1년은 기다려야 한다. 시간이 생명인 스타트업에는 기술 개발 기회가 차단되는 셈이다. 이에 일부 창업자와 벤처투자자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GPU를 빠르게 확보할 수 있는 정보 등을 공유하고 있다. 아예 GPU의 공동구매를 도와주는 스타트업도 등장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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