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테슬라 CEO의 결투, 누가 이길까[김성모 기자의 신비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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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7월 15일 1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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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신(新) 비즈니스 가이드(40)

‘신비월드’는 세계 각국에서 세상을 이롭게 이끄는 혁신적인 기업과 새로운 정보기술(IT) 소식들을 소개합니다. ‘파괴적 혁신’을 꾀하는 스타트업부터 글로벌 주요 기업까지, 빠르게 변해가는 ‘신(新) 글로벌 비즈니스’를 알차게 전달하겠습니다.
● 트위터 킬러, ‘스레드’ 인기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가 5일(현지 시간) 선보인 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스레드’가 트위터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서비스 출시 1주일도 안 돼 가입자 수가 1억 명을 돌파했다. 국내에서도 ‘스린이(스레드+어린이)’, ‘스팔(스레드 팔로우)’, ‘스님(스레드 친구)’ 같은 신조어가 나오는 등 관심을 끌고 있다.

스레드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가 ‘트위터 대항마’로 내놓은 텍스트 기반의 SNS다. 메타는 지난해 10월 트위터가 흔들리는 틈을 타 ‘프로젝트 92’라는 코드명으로 비슷한 유형의 SNS 개발에 돌입했다. 당시 트위터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인수한 이후, 대대적인 정리해고와 콘텐츠 조정, 유료 정책 등으로 이용자와 광고주들의 반감을 샀다. 유명 인사를 중심으로 트위터 탈출 행렬이 이어지기도 했다.

메타가 여기서 기회를 봤다. 지난해 12월 한 메타 직원은 내부에 “트위터가 위기에 처해 있다. 그들의 밥그릇을 뺏어오자”라는 글을 올려 스레드 출시를 예고했다.

스레드의 서비스는 단순하고 익숙하다. 트위터랑 똑같기 때문이다. 화면부터가 비슷하다. 스레드에는 아이디와 짧은 글귀의 게시물이 등장한다. 글 하단에는 ‘좋아요’와 ‘댓글’, ‘리포스트(트위터 리트윗 기능)’, ‘공유’ 기능이 있다. 트위터의 댓글·리트윗·좋아요·공유와 배치 순서만 다르다. (인스타그램의 후광 때문인지 스레드 화면이 좀 더 세련된 느낌은 있다)

서비스가 허용하는 글자 수와 영상 길이만 조금 다르다. 스레드는 게시물 당 최대 500자(영문 기준)까지 생각이나 의견을 공유할 수 있다. 사진은 10장, 동영상은 5분까지 게시할 수 있다. 트위터는 280자(영문 기준), 2분 20초 분량까지 지원한다.

트위터의 몇 가지 주요 기능이 빠졌다. 스레드에는 특정 사용자에게 개별적으로 비공개 메시지를 보내는 ‘DM(다이렉트 메시지)’이 없다. 사회적 이슈나 트렌드를 조성할 수 있는 ‘해시태그(#)’ 기능도 빠졌다. 해시태그는 미국에서 ‘미투(#MeToo)’와 ‘블랙리브스매터(#BlackLivesMatter·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을 확산시키는 등 트위터의 트레이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외신에선 해당 기능들이 추후 추가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그럼에도 스레드에 관한 관심이 뜨겁다. 서비스 출시 7시간 만에 가입자 1000만 명을 넘어서더니, 103시간 만에 1억 명을 돌파했다. 전 세계에 인공지능(AI) 열풍을 일으킨 챗GPT는 월 사용자 수(MAU) 1억 명을 달성하는 데 2개월이 걸렸다. 소셜미디어 중에선 틱톡이 9개월로 가장 빨랐다. 인스타그램은 2년 6개월이었다.

기쁨의 순간,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적진을 찾았다. 저커버그는 트위터에 ‘쌍둥이’ 스파이더맨이 서로 대결하는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을 올리며 머스크를 자극했다. 저커버그가 11년 만에 올린 트윗이었다.

인공지능 이미지 생성 서비스 ‘미드저니(Midjourney)’가 만든 가상의 이미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사진 왼쪽)와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UFC 경기장 위에서 주먹을 불끈 쥐고 서 있다.

● ‘제정신으로 운영되는’ 소셜미디어
메타는 인스타그램 이용자가 스레드에 쉽게 진입할 수 있게 했다. 인스타그램 메뉴에 ‘스레드’를 배치해 앱을 쉽게 오가게 했다. 계정과 팔로워도 연동시켰다. 인스타그램 이용자는 스레드 가입 과정에서 개인정보를 일일이 입력하지 않게 했다. 20억 명(월 사용자 수)의 인스타그램 고객들이 스레드에 스며들게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도 스레드 가입자 수가 빠르게 늘어난 이유 중 하나로 인스타그램을 꼽고 있다.

메타가 인스타그램의 이용자가 많아서 스레드 출시에 활용한 것만은 아니다. 노림수는 따로 있다. 데이터 분석기관 데이터리포털에 따르면, 트위터 이용자의 87%가 인스타그램을 사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인스타그램 고객에게 스레드도 쓰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트위터 이용자를 뺏어오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이 때문에 기능보다 타이밍이 더 중요했을 수 있다. 머스크의 트위터가 안정을 찾기 전에 서비스를 빠르게 내놓는 것이 핵심일 수 있다는 의미다. 스레드는 기획부터 서비스 출시까지 1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크리스 콕스 메타 최고제품책임자(CPO)는 스레드 기획 의도에 대해 “‘제정신으로 운영되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요구하는 사용자들을 위해 만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대놓고 머스크의 트위터 운영을 저격했다.

스레드가 트위터와 판박이인 것도 전략일 수 있다. 트위터 이용자들이 익숙하고, 불편함을 느끼지 않아야 쉽게 이동할 테니까. 원래 소셜미디어에는 철칙이 있다. 기존에 있는 플랫폼과 똑같은 서비스로는 성공할 수 없다. 이미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해 고객들을 끌어오기가 쉽지 않아서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스레드는 관심조차 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결과적으로 메타는 경쟁 상대가 흔들리는 타이밍을 절묘하게 이용했다. 스레드가 1억 명의 가입자를 빠르게 모은 것을 보면 저커버그의 노림수가 일단은 통한 것으로 봐도 될 듯하다. 사업은 역시 ‘타이밍’이 중요하다.

트위터도 반격에 나서긴 했다. 트위터의 알렉스 스피로 변호사는 스레드 출시 첫날 저커버그 CEO에게 “트위터의 지식재산권(IP)을 메타가 불법 도용했다. 트위터 출신 직원들을 고용해 업무를 맡겼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법적 대응을 시사한 것. 메타 측은 “스레드 엔지니어링 팀에 트위터 직원 출신은 없다”고 응수했다.

메타가 5일(현지 시간) 트위터 대항마로 출시한 새 소셜미디어 ‘스레드’ 화면. AP 뉴시스

● 저커버그와 머스크의 ‘현피’
뜻하지 않게 스레드의 흥행에 일조한 핵심 인물이 있다. 머스크다. 머스크와 저커버그는 지난달 스레드를 두고 SNS에서 말싸움을 주고받았는데, 격투기 대결 이야기까지 나왔다.

‘조만 장자’들의 신경전은 지난달 21일 시작됐다. 한 트위터 이용자가 스레드 관련 질문을 던지자 머스크가 “전 세계가 속절없이 저커버그의 손가락에 지배당했다”라고 비꼬았다. 다른 트위터리안(트위터 이용자)이 저커버그의 주짓수 연마를 언급하며 “조심하라”고 경고하자, 머스크는 “나는 케이지(철창) 결투를 할 준비가 돼 있다”며 일종의 초대장을 보냈다.

그러자, 저커버그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장소 보내”라고 응수했고, 머스크는 “진짜라면 해야지. 라스베이거스 옥타곤”이라고 트위터에 올렸다. 각자의 플랫폼을 고집하며 티격태격하는 것이 흥미롭다.

세계 최고 부자들의 ‘현피(가상 세계가 아닌 현실 직접 대결을 뜻하는 말)’만큼 흥미로운 사건이 또 있을까. 두 사람이 실제로 대결을 벌일지 전 세계에서 관심이 쏠리면서 스레드 역시 자연스럽게 홍보가 됐다. 10일 스레드 가입자가 1억 명을 넘어섰다는 기사가 나오자 머스크는 한 트위터 게시물에 ‘저크는 약골(Zuck is a cuck)’이라고 댓글을 달았다. 저크는 저커버그의 약칭이다. 스레드의 인기만큼 도발 수위도 올라갔다.

참고로, 이들은 올해 상반기 전 세계에서 재산이 가장 많이 늘어난 인물들이다. 세계 최고 부자인 머스크는 6개월간 순자산이 966억 달러(약 126조1600억 원) 늘었다. 부호 순위 9위인 저커버그는 589억 달러(약 76조9200억 원) 늘어 증가 폭으로 2위를 차지했다.

세기의 대결이 실제로 이어질까. 온라인에서만 치열한 ‘키보드 워리어’들로 보기에는 두 사람 모두 제법 진지하다. 당시, 미국 종합격투기(MMA) 단체 UFC의 데이나 화이트 회장이 저커버그에게서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머스크가 싸움에 진심인지 문자 메시지로 물어본 것. 화이트는 “머스크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더니 그는 진지하다고 했고, 이를 저커버그에게 다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 이후 이들과 대결을 준비하기 위해 매일 밤 통화했다. 두 사람 모두 그것(종합격투기 대결)을 하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머스크가 트위터에서 ‘저크는 약골(Zuck is a cuck)’이라고 조롱하자, 저커버그(사진 가운데)가 12일(현지 시간) 인스타그램에서 자신의 ‘복근’을 공개했다. UFC 미들급 챔피언인 이스라엘 아데산야(왼쪽부터)와 저커버그, 페더급 챔피언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가 훈련장에 나란히 서있는 모습이 사진에 담겼다. 저커버그 인스타그램

● “말로만 싸우세요”
온라인에서는 두 CEO가 맞붙으면 누가 이길지 관심을 끌고 있다. 나이는 저커버그(39)가, 체급은 머스크(52)가 유리하다. 머스크 키가 15㎝ 더 크고, 무게도 30㎏가량 더 무거워서다. UFC 공식 경기에서 선수들의 매치업은 체중에 따라 이뤄진다.

저커버그는 격투기에 진심인 편이다. 2020년부터 주짓수에 빠진 저커버그는 올해 5월 미 캘리포니아 아마추어 대회에서 우버 개발자를 꺾고 금메달을 따기도 했다. 저커버그는 매체의 수동적인 특성 때문에 평소 TV를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런데, 딱 한 가지는 챙겨 본다고 한다. UFC 경기다.

저커버그가 원래부터 운동을 좋아하기는 했다. 학창 시절에는 펜싱팀의 주장을 맡았었고, 최근에는 하키와 서핑도 즐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승부욕이 강한 저커버그는 친구들 사이에서 몸 쓰는 운동을 적극적으로 권유하는 타입으로 알려져 있다”고 지난달 전했다. 그는 운동과 사업이 유사한 측면이 많다고 주장한다. 저커버그는 한 팟캐스트에서 “주짓수나 종합격투기는 일의 흐름과 추진력에 대해 가르쳐주는 것 같다. 비즈니스도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둘의) 가장 어려운 것은 어느 순간에서 추진력 있게 밀어붙여야 하는지 아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머스크도 어렸을 때부터 태권도와 유도, 주짓수 등을 수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머스크와 저커버그의 주짓수 코치는 같은 사람이다. 미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인공지능 연구자 렉스 프리드먼이다.

둘 다 몸으로 맞붙는 것을 꺼리지 않는 듯하지만 당장 대결이 성사될 것 같지는 않다. 머스크가 당장은 곤란한 모양이다. 저커버그는 턱걸이 100회와 팔굽혀펴기 200회, 스쿼트 300회, 9kg 조끼 입고 1.6㎞ 달리기를 쉬지 않고 이어서 하는 ‘머피 챌린지’를 최근까지 할 정도로 준비가 되어 있다. 하지만 머스크는 지난달 “최근에는 아이와 놀아줄 때 힘쓰는 것 말고는 거의 운동을 하지 않는다”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머스크의 ‘엄마’도 세기의 싸움을 말리고 나섰다. 머스크의 모친인 메이 머스크는 지난달 트위터에 “경고하는데 떨어져 앉아서 말로만 싸워라. 가장 웃긴 사람이 이긴다”고 올렸다.

저커버그(사진 왼쪽)와 머스크가 주짓수 훈련을 하는 모습. 트위터 캡처

● 저커버그 집에 초대된 머스크
저커버그와 머스크는 원래 IT 거물들과 말싸움을 많이 해왔다. 저커버그는 개인정보 보호 문제를 두고 애플의 팀 쿡과 여러 차례 설전을 벌였다. 머스크는 제프 베이조스(아마존), 빌 게이츠(마이크로소프트), 워런 버핏 등 상대가 많았다. 지난해에는 애플이 트위터에서 광고를 중단하자 애플의 ‘인앱 결제’ 정책을 비판하며 전쟁을 선포했다. 쿡은 머스크를 애플 본사로 초대해 회사 연못을 산책시키는 등 달래느라 진땀을 뺐다.

그럼에도 “실제로 만나서 한 판 붙자”는 극단적 상황까지 간 적은 없었다. (아, 머스크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결투를 신청한 것만 빼고)

저커버그와 머스크는 오래전부터 감정이 좋지 않았다. 시작은 인공지능에 대한 관점 차이였다. 머스크는 예전부터 “인공지능이 핵무기보다 잠재적으로 더 위험하다”고 경고해왔다. 반면, 저커버그는 AI가 우리의 삶을 더 개선할 거라고 확신하는 편이다.

저커버그가 이와 관련해 이야기를 나누고자 머스크를 저녁 식사에 초대했다. 2014년 11월 19일 미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의 저커버그의 집에서 논쟁이 벌어졌다. 먼저, 식사를 함께 한 얀 르쿤 메타 최고 AI 과학자가 머스크를 설득하려 했다. 그는 전 세계 AI 분야 4대 석학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하지만, 머스크는 “나는 AI가 정말 위험하다고 믿는다”면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머스크가 인공지능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인간보다 더 똑똑한 기계를 만들면, 기계가 사람들에게 등을 돌릴 위험이 있다는 주장이다. 쉽게 말해, 영화 ‘터미네이터’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다음 해에 주고받은 비판은 더 냉랭했다. 저커버그는 페이스북 비디오를 켜고 가족들과 집 앞 마당에서 고기를 구워 먹다가 AI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머스크의 견해는 무책임하다. 나는 인공지능에 정말 낙관적”이라며 “최후의 날 시나리오를 퍼뜨리는 사람들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머스크가 트윗으로 응수했다. “내가 저커버그랑 저녁 먹으면서 이야기를 해봤는데, (저커버그는) AI에 대해 잘 모르더라.”

이후에도 두 사람의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2016년 5월에는 머스크가 운영하는 스페이스X의 로켓이 플로리다주에서 폭발했는데, 하필 여기에 페이스북의 인공위성이 탑재돼 있었다. 저커버그는 이 인공위성을 아프리카에 무료 인터넷을 보급하는 데 활용하고자 했다. ‘인터넷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는 저커버그의 오랜 꿈이 물거품이 된 것. 그는 “매우 실망했다”면서 아쉬운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끝이 아니다. 2018년, 페이스북이 대규모 정보 유출 사태로 페이스북 계정 삭제 운동이 일어나자 머스크도 테슬라와 스페이스X 계정을 없애며 동참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들의 주변 사람들에 따르면, 전기차나 로켓 등을 개발하는 데 거금을 투자해 온 머스크는 평소 저커버그가 ‘너무 많은 돈을 쉽게 번다’는 불만이 상당했다. 한편, 저커버그는 머스크가 혁신가로 존경받는 것을 부러워했다”고 전했다.

크리스 앤더슨 테드 CEO(사진 왼쪽)가 지난해 4월 14일 테드 인터뷰에서 일론 머스크에게 트위터를 왜 사고 싶어 하는지 묻고 있다. 유튜브 채널 ‘테드’ 캡처

● 스레드=트위터 ‘0원’에 인수하기?
그런데, 저커버그는 왜 ‘트위터 스타일’의 서비스에 꽂혔을까. 돈 한 푼 안 내고 트위터 사용자를져올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같은 유형의 소셜미디어를 만들어 트위터 이용자들을 끌어오면 사실상 트위터를 인수한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참고로, 머스크는 지난해 10월 트위터를 440억 달러(약 62조 원)에 인수했다. 머스크가 뒷목을 잡을 만하다.

미 시장조사업체 인사이더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트위터의 올해 광고 수익은 30억 달러(약 3조8300억 원) 수준이다.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기 전인 2021년에는 45억1000만 달러(약 5조7500억 원)의 광고 수익을 올렸다. 스레드가 트위터의 지위를 빼앗는 만큼 트위터에 가던 수익도 가져올 수 있다. 스레드에는 아직 광고가 붙지 않고 있지만, 업계는 향후 메타가 스레드에서도 광고 사업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스레드가 트위터보다 광고 비즈니스를 더 잘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메타, 핀터레스트, 트위터에서 근무한 바 있는 사얀탄 무코파디야이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는 트위터보다 더 많은 이용자 기반, 광고주 리스트, 광고 도구 등을 보유하고 있다”며 “스레드는 (트위터보다) 더 비싸게 광고를 팔 수 있을 것”이라고 WSJ에 전했다.

메타는 그동안 경쟁사 서비스를 따라 해 재미를 여러 번 봤다. 인스타그램의 ‘스토리’와 ‘릴스’는 각각 스냅챗과 틱톡을 모방한 서비스들이다. 현재 스토리의 광고 수익은 인스타그램 전체 광고 비중에서 2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스냅챗과 인스타그램에서 임원을 지낸 메그나 다르는 “메타가 비즈니스 모델이나 제품 기능을 잘 파악해 ‘복사-붙여넣기’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며 “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혁신이 부족하다고 말하겠지만, 저는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무엇보다 메타는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던 참이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2021년 내부 고발한 전 임원에 따르면 페이스북의 중요 5개 국가에서 18세 미만 계정 등록이 1년 만에 4분의 1로 감소했다”고 지난해 전했다. 젊은 층 고객이 틱톡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는 페이스북의 신규 가입자가 후진국에서 주로 유입돼 광고주에게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더했다.

각국의 개인정보 보호 규제로 타깃 광고가 점점 어려워지고, 금리 인상 여파로 기업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한 것도 메타를 어렵게 하는 부분이다. 메타가 다른 IT 기업보다 광고 수익에 더 많이 의존하고 있어서다. 저커버그는 2021년 10월 사명을 페이스북에서 메타로 바꾸고 가상현실(VR) 사업에 연 100억 달러(약 21조7400억 원)를 쏟아붓고 있는데, 연간 수조 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

2022년 1월 초 330달러 수준이던 메타 주가는 지난해 11월 88달러까지 떨어졌었다. 2016년 이후 최저치였다. 메타가 최근 1만 명이 넘는 직원을 해고한 이유다.

동아일보DB

● “10억 명 유저의 공개 대화 앱”
메타가 AI 때문에 스레드를 개발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챗GPT 같은 거대언어모델(LLM)을 발전시키려면 문자 중심의 학습이 필요하다. 인터넷에서 텍스트를 수집해 인공지능을 계속 공부시키는 개념이다. 메타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못지않게 AI 개발에 몰두하는 회사 중 하나다. 한 마디로 ‘텍스트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스레드를 내놨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달 초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의 시각적 데이터를 보완하기 위해 텍스트 기반의 네트워크를 만든 것일 수 있다”며 “스레드는 광고 플랫폼 그 이상”이라고 전했다.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머스크는 스레드가 출시되기 직전 트위터 게시물 읽기에 제한을 걸었다. 하루에 읽을 수 있는 트윗 게시물 수를 유료 회원은 8000개, 일반은 800개로 정했다. 머스크는 “극단적인 수준의 데이터 스크래핑 및 시스템 조작을 해결하기 위해 임시적 제한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메타 같은 기업이 인공지능 개발을 위해 글을 긁어가지 못하게 막았다는 것이다. WSJ은 머스크가 AI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데이터를 사용하려는 기업을 제한하기 위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트위터리안들은 머스크의 조치에 황당해했고, NYT 기자는 트위터 측에 이와 관련한 의견을 물었는데, 답글로는 ‘똥’ 모양의 이모지(Emoji)만 돌아왔다. (머스크는 트위터 언론대응팀을 해체하고, 언론 문의 메일에 ‘똥’ 모양 이모지를 보내는 자동 응답을 설정해 놨다)

미국에서 트위터가 지닌 의미는 남다르다. 트위터는 사람들의 주요 뉴스 소비 창구로, 여론을 조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할 때 전 사회적 갑론을박이 벌어진 이유다. ▶자세한 내용은 신비월드 26화(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왜들 난리일까) 참고.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21120/116581519/1

이러한 측면에서 메타의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항상 라이벌 관계였다. 참고로, 저커버그는 트위터 사업 초기에 회사를 인수하겠다고 제안했지만 거절당한 바 있다.

저커버그는 자신의 스레드에 “10억 명 이상의 사용자를 가진 공개 대화 앱이 필요하다”며 “트위터는 기회가 있었지만 성공하지 못했는데 우리가 해내면 좋겠다”고 밝혔다.

(머스크의 자책골 덕분에) 1라운드는 저커버그가 승리한 분위기다. 그래도 최종 목적지까지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어 보인다. 지난달 기준으로 트위터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5억3500만 명 수준이다.

김성모기자 mo@donga.com
#신비월드#메타#테슬라#스레드#머스크#저커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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