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英 연구진 “키스의 성적 의미는 기원전 4500년 전부터”

  • 동아닷컴
  • 입력 2023년 5월 19일 13시 57분


코멘트
기사와 상관없는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기사와 상관없는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적어도 4500년 전부터 인류가 친밀함과 성적인 애정표현으로 키스를 했다는 연구결과가 유럽에서 나왔다. 덴마크와 영국의 학자들은 기원전 2500년 전 메소포타미아에서 기록한 점토판을 분석해 이같은 연구결과를 도출했다.

덴마크 코펜하겐대의 트로엘스 아르볼(Troels Arbøll) 교수와 영국 옥스퍼드대의 소피 라스무센(Sophie Rasmussen)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18일(현지시간)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키스는 다양한 지역과 문화에 걸쳐 보편적으로 행해졌다”며 이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 결과로 성적인 의미의 키스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청동기 시대인 기원전 1500년경 인도의 문헌이라는 기존 학계 통념보다 1000년 이상 앞서게 됐다.

연구진은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유물로 나온 점토판을 근거로 키스에 대한 기록을 찾았다. 기원전 2500년 전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메소포타미아 점토판에는 한 유부녀가 키스 후 불륜에 가까워진 상황을 묘사했다. 같은 시기의 다른 점토판에는 미혼 여성이 앞으로 남성과 키스와 성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맹세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연구진은 이같은 메소포타미아 문헌에서 결혼한 부부뿐 아니라 미혼자도 사랑에 빠졌을 때 키스를 욕망의 일부로 여겼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아르볼 교수는 “키스는 어느 한 지역에서 시작돼 퍼져나간 관습이 아니라 수천 년에 걸쳐 여러 고대 문화권에서 이뤄졌다”고 말했다.

기원 전 1800년 무렵 고대 바빌로니아의 점토판. 남녀가 벌거벗은 상태로 키스와 성행위를 나누는 모습을 묘사했다. 영국 대영박물관 제공
기원 전 1800년 무렵 고대 바빌로니아의 점토판. 남녀가 벌거벗은 상태로 키스와 성행위를 나누는 모습을 묘사했다. 영국 대영박물관 제공

연구진은 다만 애정행위인 키스를 하는 과정에서 포진 바이러스와 같은 감염병을 퍼뜨리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발생시키기도 했다고 전했다.

연구진은 헤르페스 바이러스로 알려진 단순포진바이러스 1형(HSV-1)과 파르보바이러스(B19)는 주로 타액을 통해 감염되기 때문에 고대 문명에서도 키스로 인해 바이러스가 퍼졌을 것으로 봤다.

연구진은 특히 고대 의학 문헌에 나오는 ‘부샤누’라는 질병이 HSV-1과 같은 전염병이라고 추측했다.

아르볼 교수는 “부샤누에 걸리면 입안이나 입 주위에 수포가 생긴다는 기록에 비춰 볼 때, 이는 HSV-1에 감염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키스의 역사는 대부분의 문화에서 수많은 독립적인 기원을 가졌을 것으로 풀이된다. 2017년에는 선사 시대 네안데르탈인의 치석 분석을 통해 고대인들이 타액 교환을 통해 미생물을 공유한 흔적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당시의 키스는 감정을 교류하는 행위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키스가 의도치 않게 여러 문화권에서 오래도록 질병의 전염을 가속화시켰을 가능성 또한 언급됐다.

최재호 동아닷컴 기자 cjh122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