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우리회사로…다른곳 면접 보지마” 구인난 日 ‘인재 입도선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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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3월 1일 1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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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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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일본 도쿄 대형 전시장인 도쿄 빅사이트. 한 유명 취업 정보업체가 개최한 ‘합동 취업 설명회’에 예외 없이 검은색 정장을 입은 대학 졸업 예정자 수천 명이 몰렸다. 경제학 전공으로 내년 초 졸업한다는 한 대학생은 “인터넷으로도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직접 눈으로 보면서 기업들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어서 찾았다”라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내년 3월에 졸업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들의 채용 활동이 이날 시작됐다. 일본은 인재 입도선매에 나서는 기업들의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정부가 기업을 대상으로 ‘입사 전년 2월 말까지 채용 활동 금지’라는 규제까지 두고 있다. 대기업 취업난이 심한 한국과 달리 일본은 2010년대 이후 대졸 예정자가 기업을 골라 가는 이른바 ‘구직자 우위 시장’이다.

이날은 기업들의 채용 활동이 공식적으로 허용되는 첫날이었다. 하지만 물밑에서는 인재 쟁탈전이 본격화된 지 오래다. 정보업체 디스코에 따르면 대졸 예정자의 60%가 ‘2월에 이미 면접을 봤다’라고 응답했다. 일본 문부과학성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대학생 취업률은 95.8%인데 그나마 사상 최고였던 2020년 98%보다 낮은 수치다. 그러다 보니 입사를 앞둔 내정자가 다른 기업에 갈까 봐 ‘다른 기업 면접을 보면 안 된다’ ‘반드시 우리 회사에 와야 한다’라고 압박하며 괴롭히는 이른바 ‘오와하라(オワハラ)’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를 정도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회복 후 사실상 처음 열리는 취업 시장이라 일본 기업들은 고용에 적극적이다. 취업 정보 사이트 ‘마이나비’에 따르면 채용을 늘리겠다고 응답한 기업은 29.8%(이공계 기준)로 지난해보다 7%포인트 높아졌다. 데이고쿠데이터뱅크 조사에서 일본 기업의 51.7%는 ‘정규직 직원이 부족하다’라고 답했다.

일본의 구인난은 저출산 장기화의 영향이 크다. 1982년 151만5000명이었던 일본 출생아 수는 1998년 120만 명 밑으로 떨어졌고 지난해에는 79만9728명으로 통계 작성 후 처음 80만 명을 밑돌았다. 한국에서도 농어촌, 건설 현장, 중소기업 등에선 구인난을 겪은 지 오래라 본격적인 인력 부족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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