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스키장에 “다쳤다” 허위신고 증가…범인은 아이폰?

  • 동아닷컴
  • 입력 2023년 2월 6일 16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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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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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맞아 미국 스키장에 스키어들이 붐비는 가운데 911신고센터는 허위신고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범인은 다름 아닌 아이폰 혹은 애플워치다.

뉴욕타임스(NYT)는 3일 ‘나의 시계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한다’(My Watch Thinks I’m Dead)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애플 기기에 도입된 ‘충돌 감지 기능’의 문제점에 대해 보도했다.

미국 콜로라도 서밋 카운티의 911신고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트리나 덤머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1월 13일부터 22일까지 일주일 동안 185건의 신고 전화가 접수됐고, 이는 지난해의 2배가 넘는 수치”라고 전했다.

그는 “실제로 긴급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제한된 인력과 자원이 동원될 수밖에 없게 된다면 실제 사고 피해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역 보안관 마크 왓슨도 NYT에 애플의 충돌 감지 기능 때문에 “정상적인 근무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콜로라도뿐만 아니라 유타, 뉴욕, 펜실베이니아 등에 있는 스키장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여러 보고가 있었다.

충돌 감지 기능은 애플이 아이폰14 시리즈와 애플워치8 시리즈 등에 도입한 기능이다. 아이폰이나 애플워치가 충돌을 감지하면 화면에 10초 동안 경고를 표시한다. 사용자는 10초씩 2번 나타나는 경고 알람에 반응해야 한다.

만약 사용자가 이 경고에 아무런 반응이 없으면 휴대전화는 911에 ‘이 기기의 사용자에게 심각한 충돌 사고가 발생했다’는 음성메시지를 보내고 GPS(위치정보시스템) 정보를 제공한다. 또 사용자가 지정해둔 긴급 연락처가 있으면 그곳으로 문자메시지가 전송된다.

NYT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애플 기기들에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가 이뤄지면서 자동차 사고가 나거나 사용자가 넘어지는 등 비상 상황이 생길 경우 이를 자동으로 탐지하는 기능이 더 민감해졌다. 이에 스키어들이 안전하게 사고 없이 스키를 타고 있음에도 애플 기기가 약간의 충돌에도 비상 상황을 인식해 구조 신호를 보내게 된 것이다.

실제 사고가 발생할 때는 매우 유용하지만 허위 보고 이력이 점차 늘어나고 있어 신뢰도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애플은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해 12월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단행했지만 허위 호출 문제는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미국 시카고 주에 있는 한 놀이공원에서는 롤러코스터를 타던 이용자의 아이폰14가 충돌을 감지하고 911에 신고를 하기도 했다. 이후 놀이공원 측은 놀이기구를 타기 전에 이 기능을 비활성화하라고 안내판을 세우기도 했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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