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6개월 통해 얻은 6가지 교훈

  • 뉴시스
  • 입력 2022년 8월 23일 12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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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지난 2월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꼬박 6개월이 돼 간다. 이와 관련해 미 CNN은 22일(현지시간) ‘6개월 동안 얻은 6가지 교훈“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실었다. 기고자는 UCLA 대학교 정치학 교수 대니얼 트레이스먼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보낸 지 6개월이지만 전쟁이 어떻게 끝날 지 감이 안잡힌다. 반격에 나설 것이라고 밝히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이 점령한 헤르손시를 비롯한 남부지역을 탈환할 수 있다. 그러나 병력과 장비를 보강한 러시아군이 오데사항까지 돌파해 우크라이나의 해상 접근을 차단할 수 있다. 이도 저도 아니게 현재의 상태가 고착될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지금까지 이어진 전쟁으로부터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이들 교훈은 기존의 상식에 어긋나는 대목이 많다.

우선 지도자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됐다. 오늘날 역사에서 ”위대한 지도자“가 역할을 한다는 이론은 한물 지나갔다. 인간의 역사는 저류 깊이 흐르는 힘에 의해 형성된다는 생각이 주류다. 그러나 푸틴이 기대한 대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도망쳤다면 우크라이나의 저항은 훨씬 미약했을 것이다. 러시아의 침공전 지지율이 크게 떨어졌던 그가 지금처럼 강력한 저항을 이끄는 지도자가 될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마찬가지로 러시아 지도자가 푸틴이 아니라, 예컨대 보리스 옐친이었다면 전쟁으로 수천명이 목숨을 잃지 않았을 것이다. 푸틴이 없었다면 전쟁도 없었을 것이다. 분명 러시아에 과격한 민족주의자들이 많지만 러시아 여론 조사기관 레바다 조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합병을 원한 사람들은 푸틴 주변의 소수 측근들 뿐이었다. 푸틴이 공격을 시작하기 전날 열었던 러시아 보안위원회 회의 참석자들이 충격을 받은 모습을 볼 때 많은 측근들조차도 푸틴의 결정에 당혹한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나타난 전투력이 두번째 교훈이다. 약자의 힘이 저평가된 것이다. 갈수록 우리는 강력한 군사력이 빠른 승리를 보장할 것으로 믿어왔다. 그러나 외부의 지원과 사기가 중요하다는 점이 간과됐다.

침공이 시작됐을 때 거의 모든 사람들이 키이우가 며칠 만에 점령될 것으로 생각했다. 이스라엘 전쟁, 베트남 전쟁에서 현재의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약자가 생각보다 잘 싸워왔음을 알 수 있다.

러시아 역시 모순적이지만 약자의 강점을 누리고 있다. 지난 2월 이래 서방이 전에 없는 강력한 제재를 부과하면서 러시아 경제가 붕괴할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생각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루블화는 안정돼 있고 금융시스템도 유지되고 있으며 실업률도 낮고 석유 수입은 지난해보다 많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튀르키예, 인도네시아 등 서방의 지배에 불만인 나라들이 푸틴을 고립시키길 거부했다.

푸틴의 행동은 또 무제한의 독재가 끔찍한 실수로 이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독재자들은 종종 ’역사적 부당성‘을 바로잡겠다며 ’복고주의적‘ 전쟁을 벌인다. 1982년 레오폴도 칼티에리 아르헨티나 전 대통령이 영국령 포클랜드 섬을 공격한 것이나 사담 후세인이 1990년 쿠웨이트를 공격한 것, 1974년 그리스 장군이 키프로스에서 쿠데타를 일으킨 것 등이 그 사례다. 이들 모두 실패했음에도 독재자들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합리적 이유가 있는 공격이 아닌 다음에야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러시아에서 정부의 선전이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건 놀라운 일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를 나치로 몰아가는 것조차 말이다. 외부의 눈으로는 이런 일이 너무 극단적으로 여겨진다. 특히 양국 사이에 긴밀한 인적 관계가 있음을 감안할 때 그렇다. 물론 전쟁을 치르는 경찰국가에서 여론이란 아무 의미가 없다. 그러나 러시아 국민들은 TV의 거짓 보도를 우크라이나 친인척들의 말보다 더 믿는다.

러시아 정부가 허위 여론전에 성공한 것은 몇 년 동안 우크라이나를 비난해온 덕분이다. 이에 더해 전범의 통치를 받고있다는 사실을 러시아 국민들이 인정하기 싫어하는 본능적 욕구가 작용하고 있다.

사실 여론은 전쟁 지지에서 빠르게 이탈했다. 러시아 주민들의 ’특별군사작전‘에 대한 지지는 지난 3월 75%에서 지난달 32%로 줄었다.

여론이 전쟁을 지지하는 현상은 일반적이지 않다. 압제에도 불구하고 18%가 러시아의 군사행동에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앞으로 6개월 동안 이 같은 불만이 커져 러시아 정부가 위협을 받게 될 지 주목된다. 다만 반전정서보다는 제재로 인한 경제적 고통으로 인한 불만이 더 큰 요인이 될 것이다.

마지막 교훈은 서방이 더 이상 회피할 수 없는 것이다.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우리가 신냉전에 접어들었음을 분명히하고 있다. 신냉전이 악화하지 않도록 관리할 능력이 필요해졌다. 이번에는 서방의 적이 단지 러시아만이 아니라 전에 없이 러시아-중국 관계도 포함된다. 미국이 한 나라만을 상대해도 된다는 생각은 고루해졌다.

푸틴은 권좌에 있는 한 서방을 약화시키려 시도할 것이다. 중국과 협력이 가능한 분야들이 있지만 시진핑 주석도 미국의 힘에 도전하려고 작심한 것처럼 보인다.

앞으로 6개월, 서방은 고통스러운 진실에 직면할 것이다. 우리는 지난 2월 민주주의가 느리지만 분명한 위협이 등장하면 스스로 일어설 수 있음을 봤다. 지난 봄 서방이 일치단결해 우크라이나를 지원한 것은 인상적이다. 현재 직면한 과제는 노르트 스트림 2 파이프라인을 되살리길 원하는 독일 기업가들과 프랑스 및 이탈리아의 수많은 정치인 등 서방의 푸틴 지지자들이 겨울의 가스 공급난을 계기로 이탈하는 것을 막고 단합을 유지하는 일이다.

다가오는 에너지 위기는 시작일 뿐이다. 서방은 아직 중국, 러시아 및 다른 위협들에 맞서 스스로를 지키는 일의 대가를 본격적으로 치르지 않았다. 1980년대 말부터 흥청망청대는 포퓰리즘적 지도자를 포함해 서방 지도자들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확장과 국방비 감액이 동시에 가능한 것처럼 가장했다. ”평화 배당금“에 취해 동맹의 새로운 국경은 물론 그 국경 너머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이를 바꿔야 하며 그 대가는 적지 않을 것이다.

푸틴의 지난 6개월은 대실패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블룸버그 등 언론에 따르면 푸틴은 여전히 시간이 자기편이라고 생각한다. 경제적 압박에 서방이 분열될 것이라고 믿는다는 것이다. 그가 맞을지 두고 볼 일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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