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Z세대 “꿈 이뤄가는 K팝 스타들에 감동”… 엄마-동생도 팬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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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콘 2022 LA’ 현장 르포
3년만의 대면 행사… 9만명 운집
미주 등 전세계서 모인 관객 ‘떼창’

19∼21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케이콘 2022 LA’에 모두 9만 명의 팬이 몰렸다. 20일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팬들이 무대에 올라 가수와 함께 춤을 추는 ‘드림 스테이지’가 진행되고 있다. CJ ENM 제공
19∼21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케이콘 2022 LA’에 모두 9만 명의 팬이 몰렸다. 20일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팬들이 무대에 올라 가수와 함께 춤을 추는 ‘드림 스테이지’가 진행되고 있다. CJ ENM 제공
20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컨벤션센터와 크립토닷컴아레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한류 축제 ‘케이콘 2022 LA’ 현장은 미국 전역에서 몰린 인파로 아침 일찍부터 줄이 늘어서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3년 만에 열린 K팝 오프라인 행사에 미국, 캐나다, 남미는 물론이고 홍콩, 호주 등 해외에서 온 팬들도 모여들었다.

현장에서 만난 시시 씨(25)와 비 씨(30)는 오징어게임에 등장했던 트레이닝복을 맞춰 입고 있었다. 시시 씨는 “열다섯 살 때 2012년 1회 케이콘에서 친구 비를 만나 매년 케이콘에 함께 오는 것이 연례행사였다”며 “팬데믹으로 3년간 못 열던 케이콘이 열리고, 친구도 (다시) 만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둘의 집은 각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지니아주다. 미국 서쪽과 동쪽 끝에 있지만 10년째 K팝으로 ‘절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고 했다.

비행기를 타고 LA에 도착한 비 씨는 “10년 전만 해도 K팝 얘기를 하면 우리를 특이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며 “이제는 동네 마트에서 K팝 잡지를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K팝은 주류가 됐다”고 말했다.

○ “美 Z세대, 또래 소년 소녀 음악에 감동”

케이콘은 세계 최대 미국 음악시장에 도전하기 위해 CJ ENM이 주관해 K팝 콘서트 공연과 체험형 컨벤션 행사를 한데 묶어 만든 한류 축제다. 2012년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시 개최를 시작으로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19∼21일 LA 컨벤센센터에서 열린 전시 행사와 20, 21일 LA 크립토닷컴아레나에서 열린 콘서트를 찾은 팬이 총 9만 명에 달했다. 유튜브 등 온라인 참여 팬을 합치면 이번 행사를 본 팬들은 708만 명으로 집계됐다.

LA컨벤션센터에 마련된 K팝 전시장에서 무작위로 트는 K팝에 맞춰 팬들이 일제히 같은 동작을 하고 있다. CJ ENM 제공
LA컨벤션센터에 마련된 K팝 전시장에서 무작위로 트는 K팝에 맞춰 팬들이 일제히 같은 동작을 하고 있다. CJ ENM 제공
20일 찾은 크립토닷컴아레나에서 열린 콘서트는 K팝 대중화를 실감케 했다. 미국 Z세대(1996∼2012년 출생)들이 함께한 축제의 장이었다. 걸그룹 ‘있지’가 노래를 부를 때 공연장의 1만5000명이 넘는 팬들이 “달라 달라∼” 부분을 한국어로 따라 불렀다. ‘엔하이픈’이 BTS의 ‘퍼미션투댄스’를 재현해 무대에서 공연하자 관객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떼창’을 했다.

공연 중 팬들이 ‘케플러’와 함께 직접 무대에서 춤을 출 수 있는 ‘드림 스테이지’에서 눈물을 흘리는 팬도 있었다. 드림 스테이지에 오른 20여 명의 팬은 이날 아침부터 현장에서 오디션을 통해 뽑힌 이들이다. 미 애리조나주에서 왔다는 오드리 씨(20)는 “나와 비슷한 친구들이 열심히 연습해서 무대에 서는 꿈을 이루는 게 뭔가 감동을 준다”고 말했다.

10년 전 첫 케이콘 행사를 기획한 김현수 CJ ENM 음악콘텐츠본부장은 “처음에는 ‘무모한 도전’이라며 아시아로 만족하라는 말도 들었지만 10년 새 K팝의 위상이 완전히 달라졌다”며 “특히 미국 어린 소녀들은 기성세대 중심의 미국 음악과 다른, 바다 건너 자기 또래 한국 소년 소녀들의 음악에서 신선한 충격을 받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래 친구들의 모습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하며 K팝에 빠지게 됐다는 의미다. CJ ENM이 2019년 미국 케이콘 관람객을 분석한 결과 18∼24세 Z세대가 전체 59%로 K팝 팬덤의 중심인 것으로 나타났다. 17세 이하 팬도 15%에 달했다.

○ 美 알파세대 초등생도, 엄마도 K팝 팬으로

전시장 한편에는 팬들이 K팝 가수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들이 붙었다. CJ ENM 제공
전시장 한편에는 팬들이 K팝 가수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들이 붙었다. CJ ENM 제공
“저는 ‘있지’를 좋아해요. 유튜브를 보다 음악과 춤에 반했어요.”

LA에 사는 맥스 양(10)은 ‘베스트프렌드’ 조이 양(10)과 함께 이날 행사를 찾았다. 아이들의 성화로 전시장에 왔다는 맥스의 엄마 제니퍼 씨(43)는 “K팝을 잘 알지 못했지만 아이들이 너무 오고 싶다고 했다. 나도 전시장에 있는 한국 화장품을 체험해 보려 한다”며 웃었다.

이번 케이콘 행사에는 특히 부모와 함께 온 초등생 K팝 팬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Z세대의 K팝 팬덤이 2010년 초반에 태어난 알파세대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언니와 새벽부터 새크라멘토에서 7시간 이상 차를 타고 LA로 왔다는 대니얼리 양(11)은 “25세 첫째 언니가 20세 둘째 언니에게 K팝을 알려줬고 나도 덩달아 좋아졌다”고 말했다.

자녀들의 성화에 K팝 콘서트를 따라다니다 팬이 된 부모들도 적지 않다. 10대 두 딸과 함께 콘서트장을 찾은 ‘아빠 팬’ 테일러 씨(45)는 “한국 가수들은 예의바르고, 가사 내용도 희망적인 느낌이라 처음부터 안심하고 아이들에게 음악을 듣도록 했다”며 “같이 듣다 보니 나도 어느새 팬이 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폭스뉴스, 버라이어티 등 미국 현지 언론들은 케이콘 2022 LA를 계기로 ‘K컬처’를 집중 조명했다. 폭스뉴스는 케이콘에 참석하려 호주 멜버른에서 온 케일라 씨 인터뷰를 통해 “‘K’와 관련된 열정을 나누는 친구들을 만나는 곳”이라고 전했다.

앤절라 킬로렌 CJ ENM 아메리카 대표는 “K팝이 미국 내 주류 음악으로 자리 잡으면서 Z세대와 초등학생(알파세대), 그들의 엄마 아빠들로 확산되고 있다”며 “K팝이 글로벌 문화 현상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체감한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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