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가스차단에… 獨 원전가동 연장 거론, 佛-伊는 에너지 확보전쟁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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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정부차원 ‘원전 연장’ 첫 언급
러 가스프롬, ‘불가항력 선언’하며 유럽 국가에 공급 영구중단 위협
佛, UAE와 에너지 공동 투자 합의…伊, 알제리와 가스수송 20% 늘리기로
亞 국가들 원유수급 영향 받을 수도

탈(脫)원자력발전을 선도해온 독일 정부가 “원전 가동을 연장할 수 있다”는 입장을 처음 밝혔다. 그동안 독일 연립 정권 일각에서 원전 가동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긴 했지만 정부 차원의 입장 표명은 처음이다. 프랑스는 13조 원을 들여 최대 원전 기업의 완전한 국영화를 추진하고 나섰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한 에너지 가격 폭등에 에너지 무기화에 나선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 우려가 더해지며 유럽 에너지 위기가 증폭되고 있다. 러시아 국영 정유사 가스프롬은 유럽 일부 국가에 대한 가스 공급 중단을 뜻하는 ‘불가항력 선언’을 발표해 위기에 기름을 부었다.

○ 가스 공급으로 유럽 목 죄는 러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8일 독일 정부가 올해 말까지 폐쇄하겠다고 밝힌 원전 3기의 수명 연장 가능성을 내비쳤다고 보도했다. 독일 경제·기후보호부 부대변인은 “올겨울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에도 독일 전력이 충분할지를 예측하는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원전 가동 연장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전력 부족이 예상되면 원전 3기 가동을 연장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1일 크리스티안 린드너 재무장관이 “원전 3기 수명 연장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한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독일에 천연가스를 제공하는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 운영의 영구 중단 가능성을 시사해온 가스프롬은 이날 유럽 일부 고객사에 대해 가스 공급을 보장할 수 없다며 불가항력 선언을 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가스프롬은 14일 고객사 최소 3곳에 이를 통보하는 서한을 보냈다. 불가항력 선언은 기업 간 무역거래에서 천재지변 같은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계약 이행 의무를 피할 수 있도록 한 조치다. 지난달 중순부터 독일 등에 대한 가스 공급을 축소한 가스프롬은 21일 이를 풀 예정이었지만 이번 조치로 공급 축소의 무기 연장 가능성을 예고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9일 러시아가 유럽에 가스 공급을 중단하면 이탈리아 체코 헝가리 슬로바키아의 내년 경제성장률이 5% 이상 줄 것으로 추산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전했다.

○ 佛, 원전의 완전 국영화 추진
서방 제재에 맞서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아예 중단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자 유럽 주요국 정상은 중동과 아프리카 등지에서 에너지 확보 전쟁에 뛰어들었다.

프랑스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원전의 완전 국영화를 추진한다. 19일 프랑스 정부는 최대 원자력발전 기업 프랑스전기(EDF)의 공식 인수가로 97억 유로(약 13조 원)를 제시했다.

또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8일 아랍에미리트(UAE)와 수소, 신재생에너지, 원전 분야에 대한 양국 공동 투자 합의문에 서명했다. 경유 공급 관련 새 계약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도 이날 아프리카 최대 천연가스 수출국인 알제리를 방문해 가스 수송량을 20%가량 늘리는 협정에 서명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유럽 국가들이 중동 에너지 추가 확보에 나서면서 한국 같은 동아시아 국가의 원유 수급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안와르 가르가시 UAE 대통령 외교보좌관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우리는 40년간 극동 지역에 석유를 팔아왔는데 위기 국면인 지금은 석유를 유럽으로 돌리고 있다”고 밝혔다. UAE는 한국의 5위 원유 수입국이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독일#원전#러시아#가스#프랑스#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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