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보건·재무장관 잇따라 사임…존슨 총리 ‘정치적 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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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7월 6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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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파티게이트 이후 연이은 악재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가운데 사지드 자비드 영국 보건장관에 이어 리시 수낙 재무장관이 잇따라 사임, 내각에 균열이 일고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와 로이터통신 등 외신을 종합하면 존슨 총리의 내각에서 핵심 인사로 지내던 자비드 보건장관과 리시 수낙 재무장관이 5일(현지시간) 사임했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존슨 총리가 장관들의 사임에도 개의치 않고 ‘비즈니스 애즈 유주얼’ 즉, 평상시와 같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내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전했다.

그러나 장관급 외 비서진, 부의장 특사 등 인사들까지 계속해서 사임서를 제출하고 있는 만큼, 존슨 총리를 향한 자진 사퇴 목소리가 더욱 커질 모양새다.

◇ 리시 수낙 재무장관 사임…“대중, 진실 들을 준비돼”

리시 수낙 재무장관은 사임서에서 “전세계가 대유행의 경제적 여파, 우크라이나 전쟁과 다른 심각한 도전을 겪고 있는 가운데 내가 장관직에서 물러나는 것은 결코 가벼운 결정이 아니었다. 하지만 우리가 이대로 지속할 수 없다는 결론을 끝내 내렸다”며 “이번이 마지막 장관직이 될 수도 있지만 나의 기준들을 지킬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사임하게 됐다”고 적었다.

수낙 장관은 “나는 당신(존슨 총리)에게 충성해왔다. 당신이 보수당의 대표에 오르는 것을 지지했으며 동료들에게도 같은 결정을 내리도록 격려했다. 하지만 우리는 경제 관련 공동 연설을 준비하면서 나는 우리의 접근 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명확히 알게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중은 정부가 적절하고 능력 있고 진지하게 업무를 수행하기를 당연히 기대한다. 대중은 진실을 들을 준비가 돼 있다고 굳게 믿는다”고 덧붙였다.

수낙 재무장관은 지난해까지 존슨의 뒤를 이을 유력한 총리 후보였다. 그는 팬데믹 기간 일자리 프로그램 등 구제책으로 지지를 받아온 인물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설명했다.

◇ 사지드 자비드 보건장관 사임…“존슨, 내 신임 잃어”

이날 수낙 장관에 앞서 자비드 보건장관도 사임서를 제출했다. 자비드 장관은 존슨 총리를 향해 “당신이 지도자로서 보여주는 모습과 당신이 대표하는 가치는 동료와 정당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국가 전체 모습에 반영된다”며 “우리가 항상 지지를 받지는 못했으나 국익을 위해 능숙하게 행동해왔다”고 적었다.

그는 “하지만 슬프게도 우리는 더 이상 대중의 지지를 얻지도 못할뿐더러 대중은 우리가 국익을 위해 행동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는 지난달 불신임 투표에 참여한 동료들도 동의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자비드 장관은 그러면서 “(불신임 투표는) 겸손해지고, 새 방향을 설정해야 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지금의 이 상황은 당신의 리더십으로는 바뀌지 않을 것이 분명해졌다. 따라서 당신은 나의 신임도 잃었다”고 덧붙였다.

◇가디언 “분위기 불리하게 돌아서”…데일리 메일 “존슨, 벼랑 끝 몰려”

영국 가디언은 주요 장관들의 사임 소식을 긴급 보도하면서 보리스 존슨의 정치적 명운이 다할 수 있다고 전했다.

매체는 이날 수낙 장관의 사임은 존슨 총리에게 가장 심각한 도전을 제기한다면서 수낙 장관이 여전히 당내 유력 인사인 만큼, 더 이상의 사임이 없더라도 분위기는 이미 결정적으로 존슨에게 불리하게 돌아섰다고 전했다.

다만 가디언은 “존슨 총리는 고집이 세기로 유명하다”면서 “장관 두 명이 사임하기로 결정했다고해서 존슨 총리는 사임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데일리 메일은 “리시 수낙과 사지드 자바드 장관들의 언뜻 보기에 협조 공격으로 보리스 존슨 총리는 벼랑 끝에 서 있다.

한편 보리스 존슨 총리는 지난달 불신임 투표에서 211명이 신임을 표명하면서 낙마 위기를 넘겼지만, 사퇴 압박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2019년 7월 총리직에 오른 보리스 존슨은 그간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어기고 파티를 벌여왔다는 구체적인 증거가 드러나면서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지난해 5월 봉쇄령 기간에도 존슨 총리는 관저 정원에서 ‘와인 파티’를 벌이는 장면이 공개되는가 하면 성탄절 기간 사적 모임이 금지된 상황에서 두 차례나 파티를 열었다는 사실이 알려져 사퇴 압박에 직면한 바 있다.

또 존슨 총리실 직원들은 지난해 4월16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남편 필립공의 장례식 전날 밤 가족 외에는 실내 모임을 금지한다는 정부의 방역 지침을 어기고 파티를 벌이기도 했다.

원칙적으로 불신임 투표가 한번 실시되면 12개월간 재투표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존슨 총리는 총리직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평의원 모임 ‘1922 위원회’가 불신임 규정을 바꿀 수 있어 불신임 투표가 재실시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존슨 총리의 전임자인 테레사 메이의 경우 불신임 투표에서 살아 남았으나 당내 입지가 좁아진 까닭에 6개월 만에 총리직에서 내려왔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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