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침체 가능성 있다” 처음 시인… 바이든 “침체 피할수도”와 엇박자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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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경기 연착륙 달성 어려워져”
기존 “연착륙 가능” 입장 뒤집어
연준 “1년내 침체 확률 50% 이상”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2일(현지 시간) 워싱턴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발언하며 처음으로 미 경제의 침체 가능성을 거론했다. 워싱턴=AP 뉴시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2일(현지 시간) 워싱턴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발언하며 처음으로 미 경제의 침체 가능성을 거론했다. 워싱턴=AP 뉴시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이끄는 제롬 파월 의장이 22일(현지 시간) 강도 높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경기 침체 발생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시인했다. 자신의 기존 발언을 뒤집은 것일 뿐 아니라 “경기 침체가 불가피한 일이 아니다”라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16일 발언과 정반대여서 파장이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파월 의장이 물가 상승에 ‘뒷북’ 대응을 하는 바람에 이미 경기가 꺾인 상황에서 뒤늦은 금리 인상으로 경제의 하방 압력을 가중시킨다는 비판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이 물가 상승 압력을 낮추기 위해 추진하는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인하, 유류세 면제를 둘러싸고도 바이든 행정부의 고위 관료들이 충돌했다.
○ 파월 “침체 가능성에도 금리 인상 지속”
파월 의장은 이날 미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해 “(경기 침체) 가능성이 확실히 있다”며 “몇 달간 전 세계에서 벌어진 일 때문에 우리가 원하는 바(경기 연착륙)를 달성하는 게 어려워졌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원자재 가격 상승, 공급망 교란 등 연준이 통제하지 못하는 요인들 때문에 경기 연착륙이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그는 지난해 “물가 상승 압력이 일시적”이라며 경기 침체 가능성을 일축했다. 파월 의장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인 올해 3월에도 “연착륙을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3월 0.25%포인트, 5월 0.50%포인트, 이달 0.75%포인트 등 세 차례나 기준금리를 인상했음에도 소비자물가가 8%대의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기존 의견을 뒤집었다.

특히 파월 의장은 물가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뜻을 재차 확인하며 7월에도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75%포인트 높이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침체 위험에도 당분간은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물가를 잡는 것이 우선임을 강조했다.

마이클 카일리 연준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21일 보고서에서 “미 경제가 향후 1년 안에 경기 침체를 겪을 가능성이 50%를 웃돈다”고 진단했다.

경기 침체 우려에 23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장중 배럴당 104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장중 120달러를 넘어섰던 14일 이후 9일 만에 약 15% 하락했다.
○ 中관세 인하, 유류세 면제 두고도 내분
바이든 행정부가 물가 안정 카드로 거론 중인 중국산 소비재 제품에 대한 관세 인하, 유류세 3개월 한시 면제를 둘러싼 행정부 내 파열음도 상당하다.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22일 상원 청문회에서 “중국에 대한 관세는 미국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이익을 방어할 수 있도록 해 준다”며 관세 인하를 반대했다. 그는 인플레와 관련해 “미국이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다”고 했다. 관세를 내려도 물가 억제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관세 인하가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힌 재닛 옐런 재무장관,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과 정반대 입장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22일 내놓은 유류세 면세 방안을 두고도 민주당 내에서 반대가 나왔다. 공급 확대가 뒷받침되지 않는 세금 인하로 수요를 증가시켜 오히려 유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유류세 인하에 대해 “소비자에게 꼭 혜택이 돌아간다는 보장이 없다. 쇼비즈니스에 가깝다”는 입장이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파월#경기 침체#침체 가능성#금리 인상#유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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