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국방장관, 15개월만에 첫 통화…대만 문제 두고 입장차만 확인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21일 15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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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 뉴시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 뉴시스
미중 국방장관이 20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15개월 만에 처음으로 전화통화를 했다. 하지만 대만 문제 등을 두고 양국의 현격한 입장차만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중국은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군용기를 진입시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고, 대만은 미사일 시험발사로 응수했다. 다음날에도 중국 관영매체는 물론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까지 미국 비판에 가세하는 등 미중 갈등이 거세지고 있다.

이날 AP통신 등에 따르면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과 웨이펑허(魏鳳和) 중국 국방부장(장관)은 이날 처음으로 45분가량 전화 통화했다. 오스틴 장관이 지난해 1월 취임한 뒤 15개월 만이다.

지난 1년여 동안 미중은 전화통화 당사자들의 서열을 두고 신경전을 벌여왔다. 미국은 오스틴 장관과 전화 통화 대상으로 웨이펑허 부장 대신 서열이 더 높은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쉬치량(許其亮) 부주석을 희망했지만 중국이 이를 거부해 왔다. 결국 미국이 중국의 주장을 수용하면서 이번 통화가 이뤄졌다.

어렵게 이뤄진 전화 통화지만 각종 현안에 대한 입장차만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에 따르면 오스틴 장관은 위기 발생 시 소통 채널을 개선하는 일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또 대만에 대한 중국의 군사적 도발,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중국의 활동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중국의 러시아 지원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거론된 것으로 보인다.

웨이펑허(魏鳳和)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 겸 국방부장. AP뉴시스
웨이펑허(魏鳳和)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 겸 국방부장. AP뉴시스
중국 국방부에 따르면 웨이 부장은 “중국은 미국과 건강하고 안정적인 대국 관계를 수립을 원한다”면서 “미국은 국가의 이익과 존엄을 지키려는 중국의 의지와 능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웨이 부장은 대만 문제에 대해 “대만은 중국에서 뗄 수 없는 일부분”이라며 “대만 문제가 잘못 처리되면 양국 관계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미국 측에 해상 군사도발을 중단하고, 우크라이나 문제를 이용해 중국을 모함하고 협박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화통화에서 드러난 양측의 입장차는 군사적 움직임으로도 이어졌다. 대만 쯔유시보는 20일 중국군 훙(轟·H)-6 폭격기 2대, 젠(殲·J)-16 전투기 7대, 윈(運·Y)-8 전자전기 1대, 쿵징(空警·KJ)-500 조기경보기 1대 등 11대가 대만 서남부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대만 문제를 두고 미국과 갈등이 표출될 때마다 대만 ADIZ에 군용기를 진입시키는 방식으로 불만을 표출해 왔다.

중국의 군사적 움직임에 대만은 미사일 시험 발사로 응수했다. 대만 롄허보 등에 따르면 20일 대만 국책 방산연구소인 국가중산과학연구원(NCSIST)은 대만 남쪽 해상으로 미사일 2기를 시험 발사했다. 일부에서는 이 미사일이 최대 사거리 1200㎞인 슝성(雄昇) 미사일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시 주석과 중국 관영매체도 미국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중국 관영 환추시보는 21일 사설에서 “미국이 중국과 충돌하고 싶지 않다면 군사 도발을 멈추고 중국 땅에서 멀리 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추시보는 “갈등을 일으키고 위기를 조성한 것은 미국이기 때문에 미국이 먼저 적극적인 행동으로 중국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 군함과 군용기가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서 활동하고,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는 등 군사 교류를 늘리는 것, 미국 정치인들의 대만 방문 등은 레드라인을 넘은 것이라고 반발했다.

시 주석은 에둘러 미국을 비판했다. 시 주석은 이날 화상으로 진행된 보아오(博鰲)포럼 개막 연설에서 “대화와 협상을 통한 평화적 방식으로 국가 간 이견과 분쟁을 해결해야 한다”며 “이중 잣대를 적용하거나 독자 제재와 확대 관할(일국의 법률 적용 범위를 나라 밖까지 확대하는 것)을 남용하는 데 반대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간섭해서는 안 되며, 각 나라가 자주적으로 선택한 발전 방식과 사회 제도를 존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의 발언은 모두 미국의 움직임을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아시아의 협력과 단결을 강조하면서 “제로섬 게임 대신 대화와 협력, 봉쇄와 배척 대신 개방과 포용, 유아독존 대신 교류와 상호 벤치마킹을 하는 것이 아시아가 응당 가져야 할 포부와 기개”라고 말했다. 최근 미국이 중국을 포위하기 위해 아시아 지역 민주주의 국가들과 관계를 강화하고 있는 것에 대한 견제 의미로 해석된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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