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아시아 차르’ 커트 캠벨, 남태평양 섬나라 급파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19일 13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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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우크라 전쟁에 초점 맞춘 사이 中 영향력 확대
뒤늦게 안방단속 나서… 고위급 대표단 파견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이 5일(현지시간)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대담에서 발언하는 모습. CSIS 유튜브 캡처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이 5일(현지시간)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대담에서 발언하는 모습. CSIS 유튜브 캡처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국과 안보협정 초안에 서명한 남태평양 섬나라 솔로몬제도에 ‘아시아 차르’로 불리는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 등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한다고 18일(현지시간) 밝혔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대응에 초점을 맞춘 사이 중국이 발 빠르게 남태평양에서 영향력 확대에 나서자 뒤늦게 ‘안방 단속’에 나선 것이다.

백악관 NSC는 이날 성명을 내고 “캠벨 보좌관과 다니엘 크리튼브링크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이번 주 미국 정부 대표단을 이끌고 솔로몬 제도와 파푸아뉴기니 피지 등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표단에는 NSC와 국무부, 국방부, 미국 국제개발처(USAID) 대표가 포함될 것”이라며 “대표단은 이 지역에서 지속되고 있는 연대를 심화하고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증진을 모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솔로몬 제도는 호주에서 북동쪽으로 200㎞가량 떨어진 섬나라로 인구는 70만 명 안팎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줄곧 미국과 협력해온 솔로몬 제도는 2019년 대만과 단교한 뒤 중국과 외교관계를 맺는 등 친(親)중 행보에 나선 상황이다.

특히 중국은 지난달 31일 솔로몬 제도와 현지 중국인의 생명과 재산 보호·질서 유지를 위해 중국군을 파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안보협정 초안에 합의했다. 미국의 ‘안방’인 태평양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려 하고 있는 중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을 앞세운 미국의 중국 봉쇄를 차단할 전초 기지를 마련한 셈. 호주와 일본을 잇는 해상 길목에 위치한 솔로몬 제도가 중국의 군사적 영향력 아래에 들어가면 미국과 영국, 호주가 맺은 안보협력체인 ‘오커스(AUKUS)’는 물론 미국과 일본 호주 인도가 참여한 ‘쿼드(QUAD)’ 구상에 큰 균열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솔로몬 제도 등 남태평양 일대가 미중 갈등의 격전지로 부상하자 미국과 호주는 잇따라 대표단을 파견해 설득에 나선 상황이다. 호주는 정보기관 수장에 이어 13일 제드 세셀자 호주 국제개발태평양 장관을 파견해 중국과의 안보협정 서명을 만류했다.

하지만 솔로몬 제도가 중국과의 안보협정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자 이번엔 미국이 고위급 대표단을 보내 설득에 나섰다. 바이든 행정부는 2월 발표한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태평양 국가들과 사회기반시설 지원, 기후변화 대응 분야 등에서 다국적 전략 그룹을 만드는 등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중국과의 안보협정에) 서명하는 것은 솔로몬 제도의 불안정성을 높이며 태평양 제도 지역에 우려스러운 선례를 만들 수 있다”며 “우리는 이 같은 협정이 역내 안보 패러다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해왔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이번 방문에 대해 “인도태평양과 전 세계 파트너들이 미국이 협상 테이블에 제시하는 것을 이해하고 (미국과의) 파트너십이 무엇을 가져올 수 있을지 확실히 하기 위한 것”이라며 “우리의 제안과 역내 다른 큰 국가(중국)들의 제안의 비교는 솔로몬 제도에 맡길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대신 미국과 협력하는 것이 더 이익이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겠다는 의미다.

한편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이날 델핀 로렌자나 필리핀 국방장관과 회담을 갖고 “미국과 필리핀의 상호방위조약은 남중국해의 필리핀군과 공공 선박, 항공기도 포함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미 국방부는 밝혔다. 중국이 필리핀 등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에서 군사 활동을 크게 늘린 가운데 중국이 필리핀 선박이나 항공기를 공격할 경우 미군이 자동 개입할 것이라고 경고한 것이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최근 중국이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순찰을 위해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 J20을 투입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피터 레이튼 호주 그리피스대 아시아연구소 교수는 미 CNN에 “중국의 메시지는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중국 영공을 침범하는 모든 외국 군용기는 J20에 의해 요격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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