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中, 러 군사·경제 지원 안돼”…시진핑 “우린 중립적 위치”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18일 19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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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백악관 루스벨트 룸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화상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1.11.16 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백악관 루스벨트 룸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화상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1.11.16 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8일(한국 시간) 오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으로 전화 통화를 해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대해 논의했다. 미중 정상의 접촉은 지난해 11월 화상 정상회담에 이어 4개월 만이다. 백악관은 17일(현지 시간) “두 정상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및 양국 간 경쟁의 관리 방안 등 공통의 우려 사항을 논의할 것”이라며 “이번 통화는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시 주석의 입장을 가늠해볼 기회”라고 말했다.
● 美 “러 지원 안 돼” vs 中 “중립적 위치”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시 주석에게 “중국이 러시아에 군사 지원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러시아로부터 군사·경제적 지원 요청을 받은 중국이 무기나 탄약 등 군수물자를 러시아에 공급하거나, 서방 제재의 충격을 줄여주기 위해 경제적 지원을 할 수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전날 언론 브리핑에서 이번 통화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이 러시아의 침공을 지원하기 위해 취하는 어떤 조치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러시아를 지원할 경우 미국은 중국에 대한 전방위 제재 등 보복 조치를 단행할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전범(war criminal)’이라고 부른 데 이어 17일에는 ‘살인 독재자’, ‘폭력배’라고 칭하며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을 전쟁 범죄자로 규정함으로써 중국의 러시아 지원 명분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중국은 중립적인 자세를 견지하고 있으며, 러시아와 정상적인 무역은 지속할 방침이라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시 주석이 자신의 3연임 여부가 결정될 하반기 당 대회를 앞두고 무리하게 러시아를 지원하다가 서방의 제재를 불러와 경제난을 자초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9일 중국 베이징 외교부 청사에서 자오리젠 대변인이 정례브리핑에서 기자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22.01.19 AP/뉴시스
19일 중국 베이징 외교부 청사에서 자오리젠 대변인이 정례브리핑에서 기자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22.01.19 AP/뉴시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8일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러시아 지원에 대해 경고할 것이란 미 국무부 발표에 대해 “미국의 일부 인사가 허위 사실로 중국을 압박하고 있는데 이는 무책임하고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결연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무기를 열거하며 “우크라이나인들에게 더 필요한 것이 식품과 침낭인가, 기관총과 포탄인가”라고 반문했다.
● 北 미사일 도발-대만 문제도 논의
이날 통화에서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 등 한반도 안보 문제도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 이행에 동참하고 북한에 도발을 자제하도록 압력을 가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17일 브리핑에서 “지역 내 안보 등 다양한 주제가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관심이 고조되는 대만 문제 등도 논의됐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무력 침공 위협을 받고 있는 대만은 이번 미중 정상의 통화 결과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두 정상은 지난해 11월 화상회담에서 양국이 충돌을 피해야 한다는 대전제에 동의했지만 인권, 무역 등 구체적인 의제에서는 기존 입장을 반복하며 평행선을 달렸다. 두 정상은 각각 부통령, 부주석 시절이던 2011년 즈음 여러 차례 회담을 나누는 등 안면이 깊은 사이지만 지난해 초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김성모 기자 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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