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의 외교딜레마…러 규탄 결의안에 반대 대신 기권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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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리 긴급회의 15개 이사국 중
인도-UAE와 함께 기권…러는 반대
中, 주권 이유로 대만 분리독립 막아…우크라 주권 파괴한 러 지지 못해
로이터 “中기권, 러 국제 고립 의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에 중국이 ‘기권’표를 던졌다. 25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15개 이사국 중 11개국은 이 결의안에 찬성했지만 당사국이자 순회의장국인 러시아가 반대하고 나머지 중국, 인도, 아랍에미리트(UAE)는 기권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평소 긴밀한 관계를 감안하면 중국이 러시아 편을 들어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졌을 만도 하지만 굳이 중립적인 선택을 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중국은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때도 러시아 규탄 결의안에 기권표를 던진 바 있다. 침공 규탄 안보리 결의안은 안보리 의장국이기도 한 침공 장본인 러시아가 반대(비토)표를 던져 무산됐다.

중국의 이 같은 결정에는 국내 상황과 외교 현실이 충돌하는 딜레마가 배경에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각국의 주권과 영토를 존중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하며 대만, 티베트 등의 분리 독립을 막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우크라이나를 무력으로 침공해 주권을 파괴한 러시아를 쉽게 지지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장쥔(張軍) 유엔 주재 중국대사가 이날 안보리 표결을 마치고 한 발언에서 이런 태도가 분명히 드러난다. 그는 “각국의 적법한 안보 우려가 존중돼야 한다”며 러시아의 편에 서는 듯했지만 “각국의 주권과 영토 보전이 존중돼야 한다”면서 한편으로는 우크라이나를 변호하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미국 등 서방의 외교전도 중국의 선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이 중국의 기권을 이끌어내기 위해 막판 외교 협상을 벌인 탓에 이날 안보리 투표가 두 시간 지연됐다”며 “중국의 기권은 러시아가 국제적으로 고립됐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차원에서 서방 국가들의 승리로 해석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엔 안보리는 27일 오후 다시 긴급회의를 열어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하는 유엔 특별 총회 소집 여부를 결정한다. 안건 채택을 위해서는 15개 이사국 중 9개국의 찬성이 필요하며 5개 상임이사국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다. 현재 안보리 구성을 감안하면 총회 개최 안건은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28일 열리는 총회에서는 러시아에 대한 규탄 결의안이 올라올 것으로 전망된다. 유엔 총회 결의안 역시 상임이사국의 거부권이 인정되지 않지만 통과되더라도 안보리 결의와는 달리 법적 구속력은 없다. 다만 러시아의 침공을 외교적으로 압박하는 효과는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러시아#우크라 침공#중국 외교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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