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 2인자, 내부 정보 이용한 펀드 투자 의혹에 불명예 퇴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월 11일 20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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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고위 인사들의 부적절한 거래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지난 2년간 연준이 제로(0)금리, 양적 완화 등 각종 부양책을 집행한 상황에서 일부 수뇌부가 주요 정책을 자신들의 투자에 이용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해 9월과 10월 각각 로버트 캐플런 댈러스 연방은행 총재와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방은행 총재가 조기 사퇴했고 10일에는 ‘연준 2인자’ 리처드 클래리다 부의장(65·사진)마저 물러났다.

이날 연준은 클래리다 부의장이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사퇴 의사를 밝혔고 그가 14일자로 연준을 떠난다고 밝혔다. 컬럼비아대 경제학 교수 출신으로 2018년 9월 취임한 그의 원래 임기는 이달 31일까지였다. 임기를 불과 약 2주 남겨놓고 급작스럽게 사퇴하는 이유로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의 주식 거래 논란이 꼽힌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그는 2020년 2월 본인의 채권형 펀드에서 100만~500만 달러(약 12억 원~60억 원)를 인출해 주식형 펀드로 옮겼다. 며칠 후 연준은 금리 인하를 비롯해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각종 부양책을 집행할 뜻을 밝혔다. 또 같은 해 3월에는 기준 금리를 제로로 낮췄다. 이를 감안할 때 클래리다 부의장이 부양책으로 주가가 오를 것을 기대하고 주식형 펀드에 더 많은 돈을 넣었을 것이란 추측이 제기된다. 그는 이런 거래 내역을 연준에 보고하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언론 보도를 통해 이 사실이 밝혀진 후 줄곧 해명 압박을 받아왔다.

캐플런 전 총재와 로젠그렌 전 총재 역시 모두 대표적인 코로나19 수혜주에 투자했다는 논란으로 사퇴했다. 캐플런은 애플, 아마존 등 비대면 시대를 주도한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에, 로젠그렌 총재은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화이자 등에 투자했다. 두 사람은 자신들의 행동에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전대미문의 전염병 대유행을 재테크에 이용했다는 비판이 커지자 결국 자리를 지키지 못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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