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카불공항 테러’ 기획자 2명 제거… 48시간도 안돼 보복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29일 07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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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자살폭탄 테러를 벌인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국가(IS)-K에 대해 27일(현지 시간) 보복 공습을 단행해 이 단체의 테러 기획자 2명을 제거했다. IS-K의 테러로 미군 13명을 포함한 170명이 사망한 지 48시간도 되지 않아 보복에 나선 것이다.

미 국방부는 28일(현지 시간) 아프간에서 감행한 드론 공격으로 IS-K의 고위 테러기획자 두 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행크 테일러 미 합참소장은 “아프간에서 진행한 27일 미국의 대테러 작전으로 ISIS의 고위 타깃(high-profile ISIS targets)이 사망했고 1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이들의 이름이나 구체적인 신상은 밝히지 않았으나 “테러 기획자(planner)이자 조력자(facilitator)”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민간인 사망자는 없었다.

NBC방송 등에 따르면 IS-K의 테러 기획자들은 아프간 동부 낭가하르주의 외진 곳에서 차량으로 이동하던 중 무인 공격용 드론 ‘MQ-9 리퍼’의 공격을 받고 사망했다. ‘하늘 위 암살자’로 불리는 ‘MQ-9 리퍼’는 수천 km 거리에 있는 표적까지 정밀 타격할 수 있는 위력을 가진 첨단 무기. 미국이 지난해 1월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을 제거하는 데 사용한 것도 이 헌터 킬러(hunter-killer)였다.

이날 공격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26일 백악관 연설에서 IS-K를 향해 “끝까지 추적해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며 보복을 다짐한 직후 이뤄졌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군은 IS-K와 연관된 주요 대상들은 백악관의 승인 없이도 곧바로 공격에 나설 수 있는 권한을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부여받았다. 이번 테러의 보복 조치에 대한 대통령의 지침은 “그냥 진행하라(just do it)”는 것이었다고 한다. 미군 13명의 목숨을 앗아간 테러단체에 대해 최대한 강력하고 신속하게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의지가 담긴 조치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26일 저녁 기자들에게 “바이든 대통령은 그들이 더 이상 지구상에서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펜타곤은 그러나 이번 보복 공격으로 미국인 등의 탈출 작전이 진행 중인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인근의 테러 위협이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미군에 대한 현지의 위협은 여전히 동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며 “관련된 정보들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행크 소장은 IS-K를 향한 추가 공격이 예정돼 있느냐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하며 “우리를 방어하고 필요에 따라 대테러 작전을 진행할 역량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답했다.

앞서 27일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국가안보팀은 앞으로 며칠이 가장 위험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했다. 미군의 철군 최종 시한인 8월 31일을 코앞에 두고 제2의 테러가 시도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아프간 주재 미국 대사관은 이날 자국민에게 안전 위협이 있다며 “공항 주변을 즉시 떠나라”는 두 번째 경고를 발령했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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