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의 위기…유럽 ‘제2 시리아’ 난민사태 볼보듯

  • 뉴스1
  • 입력 2021년 8월 20일 15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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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탈레반이 20년 만에 아프간을 장악하면서 공포에 휩싸인 아프간인들의 탈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탈레반을 탈출하기 위한 현지 상황이 지난 2016년 시리아 난민이 유럽에 몰려왔을 당시를 방불케 한다면서 수천 명의 아프간인들은 1기 탈레반(1995년~2001년)의 공포 통치가 재현될까 무엇보다도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아프간인들이 도망치고 있는 것은 가혹한 샤리아법(이슬람 율법)에 대한 두려움 때문만은 아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폭력과 가뭄 그리고 그리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물든 아프간은 현재 인도적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며, 이민은 몇 달 안에 불가피할지 모른다고 내다봤다.

대탈출극을 감지한 탈레반은 이미 주요 국경을 폐쇄했고, 이로 인해 국경을 넘는 아프간인의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EU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이 같은 탈출이 2기 탈레반 체제에 부담을 가중시킨다고 지적했다.

이미 영국은 ‘아프간인 재정착 계획’을 발표, 첫해 난민 5000명을 받을 계획이며 장기적으로는 2만 명까지 수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영국은 올해 아프간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과 개발 지원을 약 4억 달러(약 4720억 원)로 늘릴 예정이다.

유럽연합(EU) 역시 회원국들에 보호가 필요한 아프간인을 위해 이민 수용인원을 대폭 상향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EU 회원국이 아프간 이민자에게 문을 개방하는 것은 아니다.

독일은 지난 2015~2016년 전쟁과 빈곤에서 도망치는 시리아인을 비롯한 난민에게 국경을 개방했는데, 이는 결국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정치적 생명을 위기로 내몰았다.

오는 9월 26일 연방하원의원 총선거 후 총리직에서 16년 만에 물러나는 메르켈 총리는 난민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과거와는 달리 이젠 EU가 아닌 아프간 인근 국가에서 아프간인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른 EU 회원국도 유권자들의 반발을 우려해 난민을 외면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오스트리아는 허가받지 않은 아프간 난민을 위해 ‘추방 센터’를 설립할 것을 제안했으며, 그리스는 난민 허용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밖에도 이란은 아프간 난민 중 상당수를 본국으로 송환시키려하고 있고, 400만 명 이상 ‘세계 최대 규모의 난민촌’을 보유 중인 터키 역시 국경의 성벽을 쌓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과거 난민 사태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EU의 국경 경비 기관인 프론텍스가 강화됐으며 이젠 불법 이민자들을 송환할 능력을 충분히 갖췄다고 전했다.

다만 유럽위원회는 아프간 이웃국이 난민을 머물게 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한편 2021년 초 유엔난민기구 자료에 따르면 파키스탄에는 이미 140만 명의 아프간 난민들이 살고 있으며 이란에는 공식 난민 수가 100만 명에 육박한다.

현재 두 나라에 거주하는 불법 아프간 난민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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