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의 미국도 못믿겠다”…유럽, ‘자주성’ 키우기 고민

  • 뉴시스
  • 입력 2021년 8월 20일 00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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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사태를 계기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관계 회복을 꿈꾸던 미국과 유럽 사이에 다시 금이 가고 있다. 유럽은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대미 의존도를 낮추고 ‘자주성’을 키워야 한다는 고민이 깊다.

유럽연합(EU) 대외 정책을 총괄하는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는 19일(현지시간) 아프간 사태에 대한 유럽의회 외교위원회 화상회의에서 아프간 재건 문제에 대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고 폴리티코가 전했다.

보렐 대표는 2001년 미국에서 발생한 9·11 테러 이후 미국과 국제사회의 첫 번째 목표가 테러와의 싸움이었던 것은 맞다면서도 “집단적 야망은 아프간에서의 근대 국가 건설로 옮겨갔다”고 지적했다.

이런 관점은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간 철군의 당위성을 주장하며 한 발언과 대치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아프간 정권을 탈환한 뒤 백악관에서 한 대국민 연설에서 “아프간에서 우리의 임무는 국가 재건이 아니었다”며 테러 위협 대응이라는 임무는 성공적이었다고 주장했다.

보렐 대표는 그러나 “우리는 아프간에서 법치와 근본적 자유에 대한 존중을 보장할 수 있는 나라를 세우기 위해 많은 일을 했다”며 “이번에 벌어진 일은 지난 20년간 서방의 관여에 대해 많은 의문을 제기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5월부터 미군의 아프간 철수를 시작했다. 범 서구 동맹인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역시 미국과 함께 아프간 주둔군을 빼기로 합의했다.

나토 일각에선 그러나 미국이 철군 결정에 앞서 동맹과 충분한 상의를 거치지 않았으며 위험 요인과 후속 대응에 대한 조율 역시 부족한 현실이라는 원성이 터져나왔다.

탈레반은 미국과 나토군이 철군을 시작한지 3개월만에 아프간에서 다시 무섭게 기세를 확장했다. 미국과 서방국들은 탈레반이 지난 15일 전격적으로 수도 카불을 점령하자 허겁지겁 남은 인력을 대피시켜야 했다.

독일의 유력 총리 후보인 아르민 라셰트 집권 기독민주당 대표는 아프간 사태를 “나토 창설 이래 최악의 실패”라고 비판했다.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들과 EU는 난민 위기라는 악몽 재현을 우려해 연일 긴급회의를 이어가고 있다.

유럽은 ‘미국이 돌아왔다’고 천명한 바이든 대통령과 서구 동맹 재건을 기대해 왔다. 유럽국들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시절 미국의 일방적인 ‘동맹 때리기’와 ‘안보 무임승차’ 주장에 골머리를 앓은 바 있다. 아프간 사태는 서구 동맹 내부에 쌓인 모순을 다시 한번 끄집어 냈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린틱카운슬(AC) 산하 유럽센터의 데이브 키팅 선임 연구원은 “갑작스러운 (아프간) 철수는 동맹국 보호에 대한 미국의 약속을 비롯해 나토가 진정한 동맹인지 단순히 미국 지휘를 받는 군사적 보호체에 불과한 건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EU에서 유럽의 ‘전략적 자주성’과 독립적인 방어 능력 확충 필요성에 대한 논의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국들은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 당시 서구 동맹 내 불협화음은 커지는데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국면에서 선택의 압박마저 심화하자 이를 타개하기 위해 전략적 자율성 강화 전략을 추진한 바 있다.

나탈리 루아조 유럽의회 안보국방 소위원장은 AC에 “새로운 미국 지도부가 세계 문제에 대한 더 많은 관여를 의미한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유럽의 전략적 자주성 강화를 촉구한다”며 “동맹들과 지속적으로 협력하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언제든 필요하다면 자율적으로 움직이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런던=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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