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2인자 바라다르 귀환…아프간 새 정부 구성 준비

  • 뉴스1
  • 입력 2021년 8월 18일 16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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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접수한지 이틀째 되는 17일(현지시간) 한 남성이 흰색 SUV 차량 수십 대의 호위를 받으며 제2 도시 칸다하르에 들어섰다.

소련군의 퇴각 이후 반외세·이슬람 수호를 외치며 1994년 탈레반을 설립한 ‘학생’ 중 한 명인 ‘압둘 가니 바라다르’다.

이제는 제법 희어지기 시작한 수염 색에도, 그의 나이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2016년부터 탈레반 최고 종교 지도자로 군림해온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가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가운데, 바라다르가 차기 아프간 수장으로 전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바라다르와 접촉한 적이 있는 전직 미군 당국자와 전문가들을 인용, 반군에서 유력한 차기 정부 수장으로 돌아온 바라다르란 인물을 조명했다.

◇탈레반 항복부터 미군 철수까지…‘협상가’

바라다르는 탈레반 초대 최고지도자 ‘모하마드 오마르’와 절친한 친구로, 두 사람은 소련의 아프간 침공에 맞서 싸운 뒤 함께 탈레반을 설립해 권력을 잡았다. 1990년대 후반 여러 주의 주지사를 지내기도 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그해 10월 이뤄진 미국의 침공 직후 탈레반은 항복을 준비했다. 탈레반 치하 아프간에서 외무차관을 지내기도 했던 하미드 카르자이가 과도정부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있었고, 그런 카르자이와 굴욕적인 항복을 협상한 이가 바로 바르다르다.

미군 특수부대 대위였던 제이슨 아메린 중령은 “정중한 대화였다. 카르자이가 지인과 대화하고 있다는 느낌이었지, 탈레반 지도자 중 한 명과 통화하는 줄은 몰랐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탈레반은 거점 칸다하르와 아프간 전체를 넘기고 도망쳤다.

그러나 이내 탈레반은 다시 세력을 형성하기 시작했고, 미군과의 길고 긴 전투가 이어진다.

바라다르는 2002년 고향 우루즈간에서 열린 친척 결혼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미군의 공습으로 수십 명이 사망하면서 결혼식은 쑥대밭이 됐고, 바라다르는 그 일로 크게 분개한 뒤 파키스탄으로 몸을 피했다.

2010년 오바마 정부는 수만 병력을 추가 파병해 바라다르를 좇았다. 전쟁 가운데 바라다르가 탈레반의 지도자로 부상하던 시점이었다. 바라다르는 과거 카르자이와 함께 알던 현지 부족을 통해 물밑 대화 채널을 통한 협상을 이어갔다. 그해 2월 미 중앙정보국(CIA)과 파키스탄군의 합동 작전으로 체포되기 전까진.

독일 외교관 출신으로 아프가니스탄을 연구해온 토마스 루티그는 “바라다르가 2018년 석방되기 전까지 파키스탄 감옥에서 보낸 8년은 그의 정치적 정당성만 배가해준 시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탈레반은 파키스탄에 많이 의존해왔고, 파키스탄의 꼭두각시로 묘사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결코 그렇지 않다”면서 “특히 파키스탄 감옥에서 수감생활을 한 바르다르가 파키스탄의 지시를 따르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라다르는 미국과 아프간 지도자들의 요청에 따라 평화협상을 이끌기 위해 석방된다. 전통의상 샬와르 카미즈 차림에 터번을 두르고 카타르 도하에 나타난 그는 “탈레반은 모든 국민이 차별 없이 화목하게 살아갈 이슬람 체제를 추구한다”며 화해의 문법을 사용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옆에서 사진도 찍었다.

토마스 루티그는 “바라다르는 이미 다른 사람들의 예상보다 더 강력해져 있었고, 높아진 정치적 이해도를 보여줬다”고 했다. 그는 “바라다르는 탈레반 강경파 사이에서 균형추 역할을 할 것”이라며 “지금까지 그의 역할은 과소평가됐으며, 앞으로 새 탈레반 정부에서는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탈레반 2기 아프간 모습, 90년대와 다를까

탈레반의 카불 탈환 이후 안경을 벗고 카메라를 응시한 채 영상 성명을 발표한 바라다르는 “이제 우리가 어떻게 우리 국민을 섬기고 보호하며, 국민의 미래를 보장할지 보여줄 시간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오랜 반군이자 포로였지만, 협상가로서 다진 언변과 뛰어난 정무 감각이 느껴지는 발언이다.

그러나 바라다르가 통치할 아프간이 어떤 모습일지는 예측이 불가하다고 WP는 전했다. 바라다르와 다른 탈레반 지도자들은 여성 인권 존중 등 보다 진보적인 비전을 설파하고 있지만, 억압의 징후는 다시 나타나고 있다.

아프간 일부 지역에선 이미 여학교가 문을 닫기 시작했으며, 탈레반이 민간인을 공격하며 재산을 몰수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도 전해지고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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