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대화신호 보내며 “대결 더 준비”… 바이든에 공 넘겨

권오혁 기자 , 박효목 기자 입력 2021-06-19 03:00수정 2021-06-19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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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대화-대결 준비”
김정은, 노동당 전원회의 문서 서명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7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본인이 서명한 문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전원회의에서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 “대화-대결 다 준비”… 바이든에 첫 공식 메시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대화와 대결에 모두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대북 정책에 대한 첫 공식 반응이다. 특히 성 김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방한(19∼23일) 직전에 북한이 메시지를 공개한 것은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8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우리 국가의 존엄과 자주적인 발전 이익을 수호하고 평화적 환경과 국가의 안전을 믿음직하게 담보하자면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돼 있어야 한다”며 “특히 대결에는 더욱 빈틈없이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김 위원장은 “시시각각 변화되는 상황에 예민하고 기민하게 반응·대응하며 조선반도(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는 데 주력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과 대화 가능성을 열어둔 채 미중 경쟁 등 정세를 지켜본 뒤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의 대화 제의에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북한이 ‘안정적 정세 관리’를 언급하면서 향후 미국과의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대화와 대결을 함께 언급한 것은 기존 ‘강(强) 대 강’, ‘선(善) 대 선’ 원칙의 연장선으로 보이지만 기존 대화 조건으로 내세웠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등이 이번에 언급되지 않았다”며 “대결보다 대화에 더 방점을 두는 메시지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김정은, 대화신호 보내며 “대결 더 준비” 바이든에 공 넘겨
美와 협상 재개 가능성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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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노예 해방일 공휴일 지정법 서명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 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미국의 노예 해방일인 6월 19일을 연방 공휴일로 지정하는 법안에 서명을 한 뒤 들어 보이고 있다. 미국에서 노예 해방일은 6월(June)과 19일(Nineteenth)을 합쳐 ‘준틴스(Juneteenth)’로 불린다. 워싱턴=AP 뉴시스
18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은 전날 전원회의에서 “새로 출범한 미 행정부의 우리 공화국에 대한 정책 동향을 상세히 분석하고 금후 대미 관계에서 견지할 적중한 전략·전술적 대응과 활동 방향을 명시했다”고 밝혔다.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북한의 자체적인 분석을 끝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북한이 중단된 북-미 대화 재개 등을 포함한 모종의 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여권에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화를 언급한 것은 바이든 미 대통령의 움직임에 대한 응답의 성격”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가 “최대 유연성”과 “외교적 해법”을 강조한 만큼 북한도 1월 8차 당대회에서 밝힌 ‘강 대 강’과 ‘선 대 선’ 원칙에 따라 대화의 여지를 보였다는 것.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북-미 싱가포르 공동성명과 남북 판문점선언을 담아 김 위원장에게 대화 테이블로 복귀하라는 신호를 보낸 바 있다. 여권 관계자는 “앞으로 4년 동안 바이든 행정부를 상대해야 하는 김 위원장 입장에서도 일단 긍정적 분위기 속에 본격적인 탐색전을 시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한미 연합훈련 중단 등을 요구하고 있는 북한이 곧바로 미국과 대화 테이블에 마주 앉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또 북한이 핵보유국을 의미하는 ‘전략적 지위’를 여전히 강조하고 있고 비핵화를 위한 대화가 아닌 핵 군축 협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대화를 언급했지만 미국에 요구해 온 ‘새로운 계산법’이 구체적으로 제시될 때까지 최대한 기다릴 것”이라며 “한미 양국이 8월 연합훈련을 어떻게 진행하는지도 주시할 것”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날 김 위원장의 메시지에 “이제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재가동해야 할 때”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청와대는 김 위원장이 ‘대화’를 언급했다는 점에 주목하며 북-미 대화 재개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지 않았다. 박수현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이날 YTN에 출연해 “(김 위원장의 메시지가) 대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생각한다”며 “(대화와 동시에) 대결을 넣은 것은 북한이 대화의 테이블에 나왔을 때 조금 더 유리한 입장을 갖기 위한, 의례적으로 던져놓는 조건이나 말일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북한은 ‘한반도의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한다’고 언급했다”며 “미국에서 발신한 좋은 메시지에 이어 북한도 좋은 메시지로 화답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특히 김 위원장의 이번 발언이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방한을 하루 앞두고 공개된 것에 주목하고 있다. 김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하는 일정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김 대표가 판문점에서 북한 측과 접촉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 수석은 “(김 대표가 북한과 접촉하는 등의) 좋은 분위기가 잘 조성되길 바란다”고 했다. 19일부터 23일까지 방한하는 김 대표는 정의용 외교부 장관, 이인영 통일부 장관 등과 면담을 하고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 협의도 가질 예정이다.

백악관의 새 대북정책의 윤곽이 드러난 뒤 북-미가 첫 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청와대는 도쿄 올림픽 등 향후 대화 재개 모멘텀을 찾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철희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17일 “일본에서 열리는 올림픽을 계기로 북한과의 (관계 개선) 물꼬를 트려는 노력도 해볼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권오혁 hyuk@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박효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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