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내년 국방예산 840조원 대폭 증액…‘中 억제’ 핵전력 강화 초점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30일 14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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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방부가 2022년 회계연도 예산안에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핵무기를 비롯한 무기체계의 현대화 예산을 대폭 증액했다. 북한 등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비롯해 미 본토와 동맹을 향한 공격에 대비한 미사일 방어시스템 예산도 늘렸다.

펜타곤은 28일(현지 시간) 이런 내용을 담은 2022회계연도(2021년 10월 1일~2022년 9월 30일) 예산안을 발표하고 이를 의회로 보냈다. 국방부가 공개한 내년 국방예산안은 에너지부와 연방수사국(FBI)의 국방 관련 프로그램 등을 합쳐 모두 7529억 달러(약 840조원)로, 이중 국방부 예산이 7150억 달러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2021회계연도보다 1.6% 증가했지만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0.4% 감소한 수치다.

로이터,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국방부는 중국을 겨냥한 ‘태평양억지구상(PDI)’에 51억 달러를 배정했다. PDI는 지난해 상원 군사위원회가 중국에 맞선 미국의 대대적 군사력 증강을 위해 국방수권법에 신설한 항목으로, 첫해 22억 달러에 비해 이번에 2배 이상 증액됐다. 구체적으로는 인도태평양 지역에 레이더와 위성, 미사일 시스템 투입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국방부 ‘핵 삼각축’ 현대화에 투자를 지속하며 평균 600억 달러를 투입하겠다고 했다. 차세대 무기 시스템 및 초음속 미사일 개발 및 시험에도 예산을 집중 배정했다.

외신들은 이번 예산안이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군사적 억지력을 증강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로이터통신은 국방예산에 관여한 인사들을 인용해 “이번 예산안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낡은 (무기) 체제에서 핵무기 현대화를 지원하는 쪽으로 초점이 옮겨갔다”고 전했다. 해군과 공군의 경우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을 위해 추가적인 투자가 결정됐다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캐슬린 힉스 국방부 부장관은 기자들에게 “이번 예산안은 베이징에 대한 분명한 접근”이라고 밝혔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이는 중국으로부터의 도전 및 기후변화로 인한 군기지 피해, 미래의 위협에 대응할 역량의 현대화에 집중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종합적 역량을 확보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 양국의 군사적 긴장감은 최근 대만해협을 둘러싼 신경전으로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연구, 개발 예산으로 1120억 달러를 배정한 것도 눈에 띈다. 역대 최대 규모인데다 올해 대비 5% 증액으로 국방부 전체 예산 상승률보다 높다. 이 예산은 육해공 운송수단의 무인화, 사이버, 5세대 유도 에너지, 마이크로칩, 인공지능, 극초음속 기술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국방부는 ICBM을 포함해 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 극초음속 무기 등 미사일 방어 분야에 204억 달러의 예산을 배정했다. 해상의 경우 이지스함에서 발사하는 요격 미사일 ‘SM-3 IIA’ 등에 6억4700만 달러, 해상기반 미사일 방어시스템에 10억 달러를 각각 책정했다. 지상기반 미사일 방어 및 차세대 요격미사일에 17억 달러,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사드·THAAD)에 5억6200만 달러가 배정됐다. 사드의 경우 18개의 추가 요격미사일, 노후화 완화, 생산 및 훈련 지원, 사드 비축 신뢰성 프로그램 등이 예산 투입 대상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버지니아주 햄프턴의 랭리-유스티스 공군기지 연설에서 중국과의 체제 대결을 언급하며 “시진핑 국가주석은 2030년, 2035년 이전에 미국을 패배시킬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전제정치에서는 빠른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중국이 믿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그러나 미국은 이를 능가하는 민주주의적 가치가 있다”며 “우리 자신 외에는 그 누구도 우리를 이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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