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크 ‘절규’에 적힌 손글씨, 미스터리 풀렸다

김민 기자 입력 2021-02-24 03:00수정 2021-02-24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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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국립미술관 적외선 분석
‘미치광이나 그릴 그림’ 글귀
필적 대조 “작가 직접 썼다” 결론
그림 공개후 쏟아진 비난에 적은듯
노르웨이 국립미술관에서 화가 에드바르 뭉크의 작품 ‘절규’(1893년)를 적외선 카메라로 촬영하고 있다(위쪽 사진). 그 결과 이 그림의 왼쪽 위에 적힌 문구(아래 사진)를 정확히 분석할 수 있었다. 연필로 쓴 ‘미치광이나 그릴 그림’이라는 글귀였다. 필적 대조 결과 이 문장은 뭉크가 직접 썼을 가능성이 높다고 미술관은 발표했다. 노르웨이 국립미술관 제공
“미치광이나 그릴 그림(Could only have been painted by a madman).”

20세기 유럽 회화의 걸작 에드바르 뭉크(1863∼1944)의 ‘절규’(1893년)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 있다. 의식하지 않으면 맨눈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그림 속 문장은 오랜 기간 미스터리였다. 1904년 이 문장을 처음 언급한 덴마크의 한 평론가는 낯선 그림에 화가 난 관람객이 쓴 낙서라고 추측했다. 그런데 낙서가 아니었다. 노르웨이 국립미술관은 22일(현지 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이 글귀는 뭉크가 직접 썼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노르웨이 국립미술관은 2022년 이전(移轉) 재개관을 준비하며 ‘절규’ 보존 작업과 심층 연구를 진행했다. 적외선 촬영을 통해 이 글귀는 그림이 완성된 후 연필로 쓴 것임을 확인했다. 뭉크가 남긴 노트와 일기 등 기록을 연구한 끝에 미술관은 이 글귀를 작가가 직접 썼다고 결론을 내렸다. 큐레이터 마이 브리트 굴렝 씨는 “단어 하나하나 대조해본 필적 증거는 물론이고 그림이 처음 공개됐던 1895년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을 고려할 때 의심의 여지 없이 뭉크가 직접 쓴 것”이라고 말했다.

미술관은 1895년 그림 공개 후 뭉크에게 쏟아진 비난도 근거 중 하나로 제시했다. ‘절규’가 처음 전시된 뒤 그림에 대한 분노 섞인 혹평이 쏟아졌고 작가가 미쳤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심지어 뭉크가 참석한 토론회에서 한 학생은 화가의 정신 상태가 의심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비난을 듣고 뭉크가 자신의 그림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작은 글씨로 ‘미치광이나 그릴 그림’이라고 적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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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렝은 이때 받은 비난이 뭉크에게 큰 상처가 됐다고도 덧붙였다. 이후 수십 년간의 기록에서 뭉크는 ‘미치광이’라는 비난을 지속적으로 곱씹었다. 뭉크의 아버지와 누이는 우울증으로 고생했고, 자신도 1908년 신경쇠약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뭉크는 1893년부터 1910년까지 4가지 버전의 ‘절규’를 그렸다. 그중 노르웨이 미술관 소장품은 가장 먼저 그린 작품으로 이 그림에만 연필로 글귀가 적혀 있다. 작품이 유리 액자 속에 보관된 미술관에서 관람객이 이 문구를 보기는 쉽지 않다. 굴렝 씨는 “적외선 카메라로 촬영해야 정확한 글귀를 확인할 수 있을 만큼 글씨가 작다”며 “관객이 쓴 낙서라면 더 큰 글씨로 적혔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글귀가 적힌 연도는 밝혀지지 않았다.

미술관은 이 작품을 뭉크의 다른 대표작인 ‘마돈나’ ‘생의 춤’ ‘담배를 문 자화상’과 함께 2022년 재개관 전시에 공개할 예정이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뭉크#절규#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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