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수석 백신 개발자 “3월 이후 가족들 못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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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1월 18일 09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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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바이오엔테크 CEO 우구르 사힌 CEO(구글 갈무리)
독일 바이오엔테크 CEO 우구르 사힌 CEO(구글 갈무리)
“당신의 임무는 이 백신을 만드는 것이다. 만약 지원이 필요하면 와서 요청하라”

미국 제약사 화이자의 수석 백신 개발자 필립 도미처는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앨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3월 중순 과학자들을 불러놓고 이같이 말했다고 회상했다.

도미처는 “불라 CEO는 잠재적 장애물에 신경쓰는 것보다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훨씬 낫고, 만약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훌륭한 일을 해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로이터는 화이자와 독일 생명공학기업 바이오엔테크의 백신 개발자들에게 1년 내로 코로나19 팬데믹을 해결할 백신을 만드는 것은 “고무적이면서도 겁나는 일”이었다고 전했다.

도미처는 2009년 신종플루 유행 당시 노바티스 AG에서 mRNA(메신저 RNA)를 이용해 백신을 개발하는 연구를 주도했던 인물이었다. 이번에 화이자-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도 mRNA 기술을 활용해 만들어졌다.

바이러스를 비활성화하거나 약하게 만들어 주입해 면역반응을 생성하는 방식으로 만든 기존 백신과 달리, mRNA 기술로 만든 백신은 유전자 코드로 세포에 면역반응을 유도하도록 지시를 내리는 방식이다. 바이러스가 변이하면 그에 따라 지시사항을 일부 변경할 수 있어 대응이 빠르다.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가 협력한 것은 코로나19가 발병하기 훨씬 이전부터였다. 줄리아 리 화이자 과학자는 수년 간 mRNA 기술을 연구할 협력사를 찾던 중 당시 독일의 소기업이었던 바이오엔테크를 찾았다.

도미처는 “원래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우리는 바이러스 감염병 전문이었고 그쪽은 암 연구에 주력하던 기업이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바이오엔테크의 mRNA 생산능력과 든든한 연구팀, 감염병연구에 대한 열성에 깊은 인상을 받은 화이자는 2018년 8월 바이오엔테크와 파트너십을 맺고 함께 mRNA 기반 독감 백신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결정한 것은 바이오엔테크가 먼저였다. 우구르 사힌 바이오엔테크 CEO는 올 1월 대유행 가능성을 직감하고 백신 후보 설계에 직접 나섰다.

두 회사는 3월 초 7억5000만달러에 달하는 백신 개발 계약을 체결하며 파트너십을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바이오엔테크는 작고 유연하다는 장점이 있었고 화이자는 대규모 프로젝트에 경험이 많았다.

두 회사 모두 의사결정이 일반적으로 수개월씩 걸리던 것에서 단 수일로 단축될 정도로 개발은 순식간에 진척돼갔다. 일부 연구자들은 가족들도 보지 못하고 몇주씩 일했다. 도미처는 “3월 이후 줌 통화 말고는 아내와 아이들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뉴욕에 있는 화이자 연구소 직원 수백명은 엄격한 감염 예방수칙에 따라야 했다. 문 손잡이를 만질 수 없도록 모든 문은 열려 있었고, 매일 접촉하는 모든 사람들의 명단을 작성해야 했다.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는 지난 7월 말 미국과 아르헨티나, 브라질, 독일, 남아프리카공화국, 터키 등에서 4만4000명을 대상으로 대규모 최종 임상시험을 시작했고 11월9일 중간 분석 결과 백신이 90%가 넘는 효능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도미처는 “우리 중 어느 누구도 90% 이상 효능을 기대하지 않았다”며 “FDA는 최소 50% 이상 효능 기준을 제시했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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