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스가 총리와 25분 면담… “韓-日 징용배상 해결 필요성 공감”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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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文대통령 뜻 전달… 친서는 없어”
징용해결 큰 틀에선 의견 모았지만… 스가 ‘문희상 안’ 염두 해법 마련 요청
스가, 12일 訪日 김진표와도 만나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10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와 면담하고 강제징용 배상 등 한일 간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12일 방일하는 한일의원연맹 간부들도 스가 총리와 면담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스가 총리가 한국 고위 인사와 잇달아 면담하고, 한일 현안을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면서 양국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나온다. 다만 핵심 현안인 징용 문제와 관련해 ‘일본 기업의 배상 여부’에 대해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상태다.

○ 강제징용 문제 해법 논의

방일 중인 박 원장은 이날 오후 3시 40분 도쿄 총리관저에서 스가 총리와 만나 25분 동안 면담했다. 스가 총리가 9월 16일 취임 이후 한국 고위급 인사를 직접 면담하는 것은 처음이다.

박 원장은 면담을 마친 뒤 취재진에 “문재인 대통령의 간곡한 안부와 한일 관계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전달했다”며 “친서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징용 문제와 관련해 “충분히 말씀드렸고, 어떻게든 한일 양 정상이 해결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고, 계속 대화를 하면 잘되리라 본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한중일 정상회의, 대북 문제, 북한의 납치 문제 등에 대해서도 협의를 했다”며 “면담 도중 스가 총리의 반응은 좋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본 측 발표는 박 원장 발언과 온도 차가 느껴진다. 외무성은 “스가 총리가 일한(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한 계기를 한국 측이 만들어 달라고 다시 요구했다”고 밝혔다. 자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본보에 “스가 총리는 문희상 전 국회의장의 해법에 긍정적이다. 박 원장에게도 ‘문희상 안’을 염두에 두고 말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문희상 안은 한일 기업과 국민의 자발적 기부금으로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이 법안은 20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지만 6월 무소속 윤상현 의원이 재발의했다. 하지만 한국 측은 배상 판결을 명령받은 일본 기업의 책임이 명확하지 않아 ‘문희상 안’에 대해 부정적이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6월 ‘소송 당사자인 일본 기업을 포함한 한일 양국 기업이 자발적 출연금을 만들자’는 안을 공식적으로 제안했고, 그 외에도 복수의 비공식적 안을 타진했다. 하지만 일본 측은 “배상 판결을 명령받은 일본 기업이 절대 배상에 나설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 한일 의원 외교 시동

정부 간 해법이 막히자 양국 정치권이 움직이고 있다. 스가 총리의 측근으로 꼽히는 한 중진 의원은 “스가 총리가 12일 방일하는 한일의원연맹 김진표 회장 등 일행을 만나기로 했다. 13일을 기준으로 면담 날짜를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스가 총리가 박 원장에 이어 김 회장까지 만나는 것은 한일 관계에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라며 “일본 측도 한일 관계를 개선하고 싶다는 신호를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총리가 지난해 7월 이후 지금까지 한국 고위 인사를 일본에서 만난 것은 지난해 10월 이낙연 총리(현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 명뿐이었다.

일본 측 지한파 의원들은 ‘징용 문제와 수출규제 동시 해법 모색→스가 총리의 방한→한일 정상 징용 해결책 발표 및 미래지향적 비전 선언’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실제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일한(한일)의원연맹 간사장이 지난달 17일 방한했을 때 이 구상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징용 문제 해결 방안으로 가와무라 간사장은 ‘문희상 안’을 제안했고, 한국 측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대화가 더 이상 진전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외교가에서는 징용 문제와 관련해 현 상황을 동결시키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한국 측이 징용 해법까지는 아니더라도 ‘일본 기업의 자산이 매각되지 않도록’ 조치만 취해줘도 큰 의미가 있다”며 “그 경우 징용 문제를 동결시켜 놓고 다른 분야에서 한일 관계를 개선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도쿄=박형준 lovesong@donga.com·김범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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