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美대선 D-3… 선거불복-폭력사태 우려
만만찮은 후유증 조짐에 지구촌 경제 불안
미국 대선이 사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개표 지연 및 결과에 대한 불복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역대 미국 대선은 보통 선거 당일 밤 또는 다음 날 새벽에 승자가 결정됐지만 올해는 더 늦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우편투표 등 사전투표자가 급증한 탓이다. 특히 펜실베이니아 등 핵심 경합주들은 대선일 이후에 도착하는 투표용지까지 유효표로 인정해 개표 진행에 따라 승패가 바뀔 수 있다. 이로 인해 개표 결과에 불복하는 사태가 일어나면 미국 전체가 혼돈에 휩싸이고 국제사회와 세계 경제에도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 주마다 우편투표 유효 인정일 달라
미 민간 선거분석단체 ‘미국선거프로젝트’에 따르면 30일(현지 시간) 사전투표를 완료한 미 유권자는 8200만 명으로 이 중에는 우편투표자가 5300만 명 포함됐다. 2016년 대선 당시 사전투표자가 총 4700만 명, 우편투표자는 3300만 명이었던 것보다 훨씬 많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과열된 선거전 등으로 각 당 지지층의 결집이 두드러져 사전투표 열기를 높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50개 주 가운데 28개 주는 선거일 혹은 그 이전에 도착한 투표용지만 유효표로 집계한다. 반면 나머지 22개 주와 수도 워싱턴은 우체국 소인이 찍힌 날짜가 11월 3일 이전이면 개표소에 3일 이후에 도착해도 인정해 준다.
50개 주 중 캘리포니아(선거인단 55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38명이 걸린 텍사스는 선거 다음 날인 4일 도착한 용지까지 인정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사활을 걸고 있는 펜실베이니아(20명) 등 5개 주는 6일, 노스캐롤라이나(15명)는 12일, 오하이오(18명)는 13일 도착분까지 유효표로 인정한다.
이 때문에 대선 당일 현장투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더 많은 표를 얻더라도 사전투표 결과가 반영되면서 승패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 소수인종 등 민주당 지지층의 사전투표 참여가 높기 때문이다. 줄곧 우편투표의 부정 의혹을 제기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근소한 표차로 패하거나 경합주에서 사전투표로 결과가 뒤바뀌면 불복할 가능성이 크다. 같은 맥락에서 현장투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박빙 우세를 보이면 그가 일찌감치 선거 승리를 선언하고, 소송 등을 통해 각 주의 우편투표 추가 개표를 막을 수도 있다.
미네소타 등 몇몇 경합주에서는 우편투표 개표 및 방식을 둘러싼 여러 소송이 이미 진행 중이다. 비슷한 소송이 잇따르면 2000년 대선과 마찬가지로 연방대법원이 사실상 대선 승자를 결정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당시 대법원이 핵심 경합주 플로리다주에서 재검표를 불허해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의 손을 들어준 뒤 앨 고어 민주당 후보가 패배를 인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진보 성향 루스 긴즈버그 대법관이 사망한 지 8일 만에 강경 보수 에이미 배럿 신임 대법관을 서둘러 지명한 것 역시 선거 분쟁 가능성에 대비해 대법원을 확고한 보수 우위 구도로 만들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 하원에서 대통령 선출할 수도
50개 주를 대표하는 선거인단은 형식적이지만 12월 14일 주별 승자에 대한 최종 투표를 실시해 1월 6일까지 의회에서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불복 및 소송 등으로 선거인단 270석 이상의 과반을 확보한 후보자를 가려내지 못하면 헌법에 따라 내년 1월 20일 대통령 취임식 전까지 하원이 대통령을, 상원이 부통령을 선출한다.
현재로서는 의회에서 대통령·부통령을 결정하게 될 때 공화당에 유리하다. 대통령은 50명의 주별 하원 대표가 중 과반(26명), 부통령은 상원의 과반(51명)의 지지가 필요하다. 현재 공화당은 상원 다수당, 민주당은 하원 다수당이나 주별 하원 의원 다수당은 공화당이 50개 주 가운데 26개, 민주당은 22개(2개 주는 의석수 같음)다. 하지만 대선과 같은 날 실시되는 의회 선거 결과에 따라 1월 3일 출범하는 새 의회에서 대통령·부통령을 선출하게 되면 어느 당이 우세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 미 사회 불안·세계 경제 충격 우려
차기 대통령 확정이 늦어지면 미 전역에서 극심한 사회 불안이 예상된다. 각 후보 지지층이 서로 선거 승리를 주장하며 충돌하거나 선거 결과에 불만을 품은 일부 시위자가 폭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바이든과 트럼프 측 지지자의 각각 22%, 16%가 “지지 후보가 패하면 거리 시위나 폭력행위를 저지를 것”이라고 답했다.
USA투데이는 선거 후 폭력사태를 우려해 일부 유권자가 캔 음식, 화장지 등 비상물품을 비축하고 특정 정당 지지로 비칠 소지가 있는 팻말과 자동차 번호판을 제거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전했다. 미 연방수사국(FBI), 주요 도시 경찰도 가용 인력을 총동원하며 비상 대응에 나섰다.
최근 코로나19 재확산과 이에 따른 재봉쇄 여파 등으로 세계 경제의 침체 우려가 커진 가운데 초강대국 미국의 혼란이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최근 “대선 결과에 혼란이 발생하면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월가에서도 혼란 장기화를 가장 우려한다. 미 상공회의소,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 등 8개 미 재계단체는 최근 대선 승자가 빨리 확정되지 않을 가능성에 우려를 표명하면서 ‘평화롭고 공정한 선거’를 촉구했다. 제임스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직원과 고객에게 이메일을 보내 대선 결과 불복으로 인한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역시 27일 “내년 초까지 대선 분쟁이 이어지면 미 주가가 현재보다 10%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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