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법무부, 구글에 反독점 소송 제기…“인터넷 검색시장 점유율 80%”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21일 0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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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검색엔진 구글이 마침내 반(反)독점 소송에 휘말렸다.

미국 법무부는 20일(현지 시간) 구글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경쟁자의 진입을 막고 독점적 이익을 취해왔다며 워싱턴 연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소송이 1990년대 미국 정부가 마이크로소프트(MS)에 제기한 반독점 소송 이후 가장 중대한 사건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법무부 소장에 따르면 구글은 자사의 애플리케이션(앱)을 스마트폰에 미리 탑재시켜 다른 회사 앱의 시장 진입을 막고 구글의 독점적 지위를 강화시켰다. 게다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사용하는 스마트폰에선 선탑재된 구글 앱을 삭제하는 것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구글의 이런 조치는 별도의 수익 배분 계약을 통해 애플 등 스마트폰 제조사에 수십 억 달러를 제공하면서 가능하게 됐다고 미국 정부는 설명했다. 구글과 스마트폰 제조사가 사실상 한몸처럼 움직이면서 불공정행위를 했다고 본 것이다.

제프리 로젠 미 연방 법무차관은 “만약 정부가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반독점법을 지금 집행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다음 혁신을 하지 못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미국인들은 ‘차기 구글’(구글의 바통을 이어받는 혁신 기업)을 보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구글의 인터넷 검색 시장 점유율이 80%에 이른다며 이 같은 과도한 점유율은 다른 경쟁사의 출현을 어렵게 하고 소비자의 선택권도 줄인다고 지적했다.

이날 법무부의 제소에 대해 구글은 강하게 반발했다. 구글은 켄트 워커 최고법률책임자(CLO) 명의의 성명에서 “사람들은 구글을 자발적으로 선택했기 때문에 구글을 사용하는 것이지, 강요에 의해서 또는 다른 대안을 못 찾아서 사용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구글 앱의 선탑재 행위에 대해서는 슈퍼마켓을 비유로 들어 정당하다고 설명했다. 워커 CLO는 “시리얼 브랜드도 고객들이 눈에 잘 띄는 곳에 자사 상품을 진열하기 위해 슈퍼마켓에 돈을 지불한다”며 “우리도 다른 수많은 사업들처럼, 우리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돈을 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연방정부의 이번 소송은 사실상 예고된 수순이라서 시장에 큰 충격을 주진 않았다. 이날 증시에서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주가는 오히려 상승했다. 법무부는 지난해 7월부터 구글과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등 정보기술(IT) 대기업에 대한 반독점 조사를 벌여왔다.

의회 역시 이들 기업에 강도 높은 압박을 해왔다. 미 하원 법사위원회 산하 반독점소위원회는 이들 ‘빅4’ 기업에 대한 1년여의 자체 조사를 한 끝에, 이들이 온라인 사업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렸으며 비슷한 부문의 사업은 분리할 필요성도 있다는 보고서를 이달 초 발표했다. ‘빅4’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올 7월 일제히 하원 청문회에 화상으로 출석해 “삼성 LG 등과 경쟁하고 있는 우리는 독점 기업이 아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이번 소송은 법원이 어떤 결론을 내리느냐에 따라 최악의 경우 구글의 기업 분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법무부가 구글의 사업 방식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모든 것을 검토 대상에 올려놓고 있다”고 보도했다. 법원이 구글에 일부 사업의 분리나 신규 인수합병 제한 등 강제적인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론도 구글에 불리한 상황이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 와중에도 구글을 비롯한 빅테크 기업은 사상 최대 이익을 경신하면서 신바람을 내왔다.

다만 구글의 행위가 소비자의 혜택을 줄였다는 사실을 미국 연방정부가 입증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MS 역시 1990년대 중반 이후 오랫동안 반독점 소송에 시달렸지만 가까스로 기업 분할은 피한 바 있다.

연방정부의 이번 소송은 다음달 미 대선의 승자에 관계없이 계속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빅테크 기업 규제에 대한 관심과 수위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보다 오히려 민주당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다만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는 반독점 규제를 더 광범위하게 적용하더라도 기업 분할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견해를 드러낸 바 있다. 이날 법무부의 제소에 대해서 바이든 캠프는 별도의 입장을 나타내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유재동 특파원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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