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 보육대란이 낳은 ‘자식有無’ 직원 간 갈등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6일 19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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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 유급휴가 관대한 기술기업에서 논란
“휴가 더 가 불공평” VS “원해서 쉬는 것 아니다”
부모 직원들 관두는 것보다 계속 다니는 게 모두에게 득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부모 직원들의 유급휴가가 늘어나면서 기업 내 자녀 없는 직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코로나19로 학교, 유치원이 문을 닫으면서 기업들이 부모 직원들의 보육을 돕기 위한 혜택을 늘리고 있는 가운데 더 많은 업무 부담을 지게 된 자녀 없는 직원들이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갈등은 직원들의 연령대가 어리고 업무 강도가 높은 기술기업에서 더 두드러지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페이스북은 3월 학교 폐쇄로 자녀를 맡길 곳을 없는 직원들은 최대 10주의 유급휴직을 보장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도 비슷한 유급휴가 정책을 확대 시행했다.

두 아이의 아버지인 마크 주커버거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일상과 일에서 너무 많은 변화가 있다”는 이유로 2020년 상반기 업무평가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페이스북의 경우 대개 ‘아주 우수’ 등급을 받은 직원들은 보너스를 받는데 이러한 경제적 유인이 사라지게 된 셈이다. 이로 인해 아이가 없는 직원들 사이에서는 더 많은 일을 하고도 보너스를 받지 못하게 됐다는 불만이 생겼다. 8월 페이스북 사내 화상회의에서는 2000명 이상의 직원들이 ‘비(非)부모 직원’의 지원을 위해 회사가 더 노력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트위터 역시 사내 게시판에 아이가 없는 직원이 아이를 돌보기 위해 휴가를 낸 동료가 책임을 다 하지 않았다고 비판한 글을 올리며 논쟁이 붙었다. 일부 직원들은 자녀 있는 직원들이 휴가에 제한이 없는 트위터의 정책을 악용해 더 많은 휴가를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일부 직원들은 이들도 “비자발적인 이유로 아이를 돌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NYT는 “펜데믹 시기 회사들이 직원 지원을 위해 애쓰고 있지만 자녀가 없는 직원들은 부담이 치중되는 가운데 자신들이 제대로 대변되지 않고 있다고 느끼고 자녀가 있는 직원들은 학교와 보육시설이 문을 닫은 가운데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고충을 이해하지 못하는 동료들에게 실망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에런 캘리 메사추세츠공대 경영대학 직장 정책 및 경영관리 교수는 자녀가 있는 직원과 없는 직원 사이의 갈등은 회사가 부모 직원에 대한 혜택이 전체 직장에 어떠한 전체적 이득을 줄 수 있는 지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 해 벌어진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동료들이 휴가를 간 것에 불만인 직원들은 그 사람이 그만두면 어떻게 될 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아마 스트레스를 더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보미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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