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 람 “홍콩에 삼권분립 없다”…중국의 ‘특별행정구역’ 확인

뉴시스 입력 2020-09-02 00:18수정 2020-09-02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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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행정·입법·사법 모두에 권한"
"홍콩법, 삼권 관련 애매한 부분 있다"
홍콩 행정장관이 천명한 건 처음
홍콩의 교과서에 ‘삼권 분립’과 관련된 부분이 삭제돼 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은 “홍콩에 삼권 분립은 없다”며 교육부의 결정을 옹호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람 행정장관은 1일 오전 각료회의에 참석하기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홍콩의 정치 체제는 삼권이 분리되지 않은 상태라고 발언했다.

그는 “홍콩은 권력이 분리되지 않았다”며 “홍콩의 헌법 질서는 애매한 데가 있다. 교육부의 결정은 칭찬받아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람 행정장관은 “기본법(홍콩의 실질적 헌법)에 따르면 홍콩은 중국 중앙정부의 특별행정구역”이라며 자신은 행정구역의 지도자라고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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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많은 사람들이 홍콩의 최고통치자인 내가 정부 수반의 역할에 그친다고 오해한다. 그러나 사실 나는 정부의 수반이자 특별행정구역의 수장이다”며 “기본법 48조에 따라 나는 행정부 뿐 아니라, 각급 법원의 판사를 임명 또는 해임하고, 세입이나 지출에 관한 발의안을 입법회(국회)에 상정하는 걸 승인하는 권한도 있다”고 부연했다.

람 행정장관은 “홍콩에선 행정과 입법, 사법기관이 상호 협력해 균형을 취하지만 이들 3개 기관이 최종적으로는 행정장관을 통해 중국정부의 책임을 지는 형식이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홍콩에서는 고등학교 교과서 일부에서 삼권분립의 내용이 삭제돼 소란이 일었다.

6개 출판사에서 나온 8종의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홍콩의 정치 체제를 ‘삼권 분립’으로 기술한 내용이 삭제되거나 수정된 것인데 이들 모두 교육부의 지침을 받을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는 학계와 교육 전문가로 구성된 팀을 만들어 이같은 지침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홍콩 야당인 시민당은 람 행정장관의 발언에 즉각 반발했다.

데니스 궉 시민당 의원은 과거 람 행정장관은 삼권분립의 실현을 약속했다고 언급하며 “그가 입장을 바꾼 건지, 아니면 그동안 국민이 (삼권분립의) 개념을 오해하고 있던 건지 분명히 확인하고 싶어한다”고 조롱했다.

그러면서 “지난 20년 동안 홍콩에서는 권력의 분립이 이뤄졌고, 수많은 법정에서 재판장은 이를 언급했다. 이는 홍콩이 전통적으로 관습법(Common Law)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고, 삼권분립은 관습법에서 중요한 원칙이다”고 강조했다.

람 행정장관의 발언이 이론적으로는 옳다는 의견도 있다.

한 고위급 법조 관계자는 “이번 발언은 홍콩이 중국과 마찬가지로 삼권이 분리되지 않는다는 방침을 확인한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행정부 관계자도 “서구적 관점에서 권력의 분립이란 완전한 민주주의 체제를 의미하지만 홍콩은 그런 민주주의를 수용하고 있지 않다.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하에서 우리는 ‘권력의 분리’라는 문구에 집착해선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중요한 건 행정부와 입법부, 사법부에 각각의 권한을 위임하고 분배하는 기본법의 실체를 확인하는 것이다. 사법부는 분쟁을 판결하는 데 있어 독립적이다. 판사는 오직 법에 충실하다”며 홍콩이 느슨한 삼권분립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지도부는 삼권분립을 ‘서구의 정치제도’로 낙인 찍으며 거부하고 있다.

중국은 홍콩에도 “삼권분립은 없다. 행정장관이 삼권의 위에 서있다”라는 견해를 분명히 해왔지만 홍콩 행정장관이 직접 이를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앞서 홍콩 종심법원 제프리 마(馬道立) 수석법관(대법원장)은 2014년 홍콩기본법(미니헌법)이 ‘삼권분린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는 해석을 내린 바 있어 람 행정장관의 발언이 다시 논란을 부를 전망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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