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링장·헬스장·박물관도 연다…美뉴욕, 경제 재개 발걸음 빨라져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19일 14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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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브룩클린 지역의 한 실내 볼링장에서 가족단위 이용객이 볼링을 즐기고 있다. 이곳은 이번주에 5개월 만에 개장했다.
뉴욕 브룩클린 지역의 한 실내 볼링장에서 가족단위 이용객이 볼링을 즐기고 있다. 이곳은 이번주에 5개월 만에 개장했다.
18일 낮(현지시간) 미국 뉴욕시 브룩클린에 있는 한 실내 볼링장. 10여 개의 레인 중에 두세 개 레인에서 사람들이 모두 마스크를 쓴 채 볼링을 즐기고 있었다. 뉴욕시는 17일부터 업소의 강력한 방역 조치를 전제로 볼링장의 영업을 허가했다. 지난 3월 이후 5개월 만의 개장이었다.

자신의 이름을 ‘나탈리’라고 밝힌 한 이용객은 “아직도 뉴욕에서 감염자는 계속 나오고 있어서 당연히 방역 지침은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오랫동안 볼링장 문 열기를 기다렸다가 남편, 자녀들과 함께 왔다”고 말했다. 이 업소 종업원은 “손세정제 사용과 마스크 착용을 전제로 조심스럽게 영업을 하고 있다”며 “손님 받을 수 있는 인원이 제한돼 있어서 예약을 해야 이용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최대 피해도시였던 뉴욕시의 상황이 오랫동안 안정화되면서 경제 재개를 위한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뉴욕시는 실내 볼링장의 영업을 조건부로 허가한 데 이어 다음주부터 실내 헬스장과 박물관, 미술관도 단계적으로 오픈시킬 계획이다. 특히 미국에서 볼링장은 단순히 볼링만 치는 곳이 아니라 음식도 팔고 게임도 즐기는 복합 레저공간의 개념이라 상징성이 크다. 사람들이 몇 시간 이상씩 오랫동안 실내에 머무는 것을 마침내 허용했다는 의미가 있다.

물론 영업장 별로 엄격한 조건이 딸려 있다. 헬스장의 경우 평소 인원의 3분의 1만 입장시키고 환기 시설을 갖춰야 한다. 이용자들도 운동할 때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것은 물론, 향후 당국의 추적 관리를 위해 자신의 신원을 기록해야 한다. 뉴욕시민과 관광객으로 항상 붐볐던 유명 박물관과 미술관도 평소 정원의 25%만 예약을 받고 마스크를 착용한다는 전제 하에 개장이 허용됐다. 이제 남은 것은 실내 음식점과 영화관, 스포츠 경기 관람 등이다. 뉴욕시는 지난달 20일부터 경제 정상화의 마지막 단계인 4단계에 들어갔지만 앤드류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실내 음식점 영업을 포함한 일부 업종의 영업 허가를 여전히 보류하고 있다.

하루에도 아직 4만~5만 명의 확진자가 나오는 미국의 다른 지역들은 어느새 방역 모범도시로 탈바꿈한 뉴욕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뉴욕시의 코로나19 검사 횟수 대비 확진율은 1%에 불과해 로스앤젤레스(7%), 휴스턴(15%), 플로리다의 마이애미 데이드(13%) 등 다른 미국 도시들에 비해 현저하게 낮다. 하루 확진자 수도 올 3, 4월 최대 6000명 이상 나왔지만 지금은 200~300명 수준으로 낮아졌다.

지난봄에 사망자가 쏟아지면서 충격을 받은 시민들 사이에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 습관이 자리를 잡았다는 점, 쿠오모 주지사와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 등이 바이러스 재확산을 막기 위해 경제 재가동을 신중하게 추진한 점 등이 뉴욕의 안정화에 기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올 가을 이후 뉴욕에 ‘2차 파도’가 오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견해가 여전히 많다. 날씨가 추워지고 학교가 등교 개학을 하면서 바이러스가 다시 퍼지기에 충분한 환경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이달 초 더블라지오 시장과 마찰 끝에 사임한 옥시리스 바봇 전 뉴욕시 보건국장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뉴욕을 안정시킨 것은 마스크와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반화였다”며 “불가피한 2차 파도를 대비하지 않고 있다면 그것은 멍청한 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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