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이 폐쇄 대상으로 고른 청두 美총영사관은 어떤 곳?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24일 16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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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중국 내 미국 공관들 가운데 폐쇄할 대상으로 쓰촨성 청두(成都)에 있는 미국 총영사관을 선택한 것은 상징성과 현실성을 동시에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중국에는 수도 베이징에 미국 대사관이 있고 상하이, 광저우, 선양, 우한, 청두 등 5개 도시에 미 총영사관이 있다. 이 가운데 1985년 문을 연 청두 총영사관은 중국인에게 ‘대미 항전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곳이다.

1999년 미국이 중심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공군기가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 주재 중국 대사관을 오폭했다. 이 사고로 중국인 4명이 숨졌고, 격분한 중국인들은 청두 주재 미국 영사관으로 몰려가 불을 지르며 격렬하게 항의했다. 베이징 대사관이나 상하이 총영사관에 비해 경비가 철저하지 않아 중국인들이 공격 대상으로 삼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빌 클린턴 당시 미 대통령이 오폭을 사과했다. 관영언론 환추시보는 24일 “중국이 미국에 항의하고 성과를 얻어냈던 장소라는 측면에서 명분과 상징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2012년에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하기 전에 최대 정적이었던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서기의 최측근 왕리쥔(王立軍)이 이 곳에 뛰어들어 망명을 요청했다. 망명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왕리쥔은 30시간 만에 청두 총영사관을 나와야만 했다. 이는 보시라이 실각으로 이어졌다.

청두가 티베트 지역을 관할하고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미국은 줄곧 중국이 티베트와 신장위구르 소수민족을 탄압한다며 거세게 비판해왔다. 소수민족 인권탄압 문제는 중국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중국의 가장 민감한 문제를 다루는 미국의 공관인 만큼 이를 폐쇄하는 것은 중국에 실리를 가져올 수 있다.

청두 총영사관의 업무량과 관리 지역이 상하이 등 대도시 총영사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고 비중이 낮다는 점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환추시보는 “중국이 미국과의 갈등을 관리하고 통제하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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