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확진 하루 7만명 넘어… 버티던 트럼프 공개석상 첫 마스크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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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재확산 비상]
美 CDC 권고후 99일만에 첫 착용 “착용은 훌륭한 일… 반대한적 없어”
코로나 대응실패 여론악화에 ‘백기’… 신규 확진자 수 사흘연속 최다기록
플로리다 등 ‘선벨트’ 감염 급증세… 일부州 시신보관 냉동트럭 재등장

마스크를 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에서 네 번째)이 11일(현지 시간) 메릴랜드주 베세즈다의 월터리드 국립 군 의료센터를 시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마스크를 쓰고 공식석상에 나타난 것은 처음으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4월 3일 코로나19 관련 마스크 착용 권고를 내린 지 99일 만이다. 베세즈다=AP 뉴시스
마스크를 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에서 네 번째)이 11일(현지 시간) 메릴랜드주 베세즈다의 월터리드 국립 군 의료센터를 시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마스크를 쓰고 공식석상에 나타난 것은 처음으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4월 3일 코로나19 관련 마스크 착용 권고를 내린 지 99일 만이다. 베세즈다=AP 뉴시스
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 시간) 마스크를 쓴 채 공식 일정에 나섰다. 그가 공식적으로 마스크를 쓰고 카메라 앞에 나타난 것은 1월 말 코로나19 환자가 미국에 발생한 지 6개월 만에 처음이다. 하지만 미국 내 확진자 수가 330만 명을 넘어선 상황에서 뒷북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날 워싱턴 인근 메릴랜드주의 월터리드 국립 군 의료센터를 찾은 트럼프 대통령은 부상 군인들과 의료진을 헬기에서 내릴 때는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았지만 월터리드 의료센터에 들어설 때는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황금색 대통령 직인이 아래쪽에 새겨진 남색 마스크로 거의 얼굴 절반을 덮은 모습이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4월 3일 마스크 착용을 권고한 이후 99일 만에 마스크를 쓴 것이다. 그는 앞서 9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센터 안으로 들어갈 때 마스크를 쓸 생각”이라며 이를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의료센터로 출발하기 전 기자들에게 “특별히 병원이라는 환경 속에서 많은 장병들과 이야기를 해야 하니 아마도 마스크를 쓸 것”이라며 “마스크 착용은 훌륭한 일이다. 거기에 반대한 적은 결코 없었지만 (착용할) 때와 장소가 있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CNN방송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보건 분야 참모들이 마스크 착용을 몇 달간 권고했지만 수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민주당 대선 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마스크를 쓴 모습을 조롱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스크를 쓴 모습이 약한 지도자처럼 보일 것을 우려했고, 이것이 보건 위기를 부각시켜 경제회복을 지연시킬 가능성을 걱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코로나19 대응 실패에 대한 여론이 급속히 악화되면서 완강히 버티던 트럼프 대통령도 결국 두 손을 들었다.

국제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0일 하루 7만1787명이 새로 발생하며 사흘 연속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11일에도 6만1719명의 확진자가 늘었다.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사실상 포기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특히 ‘선벨트(Sun belt)’로 불리는 남부 플로리다, 텍사스, 캘리포니아, 애리조나주의 확산세가 매섭다. 플로리다주는 4일에 이어 10일에도 1일 확진자 수가 1만 명을 넘어섰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의류 제조업체 ‘LA어패럴’의 공장에서는 최근 300여 명이 코로나19에 집단 감염되고 이 중 4명이 사망하면서 공장이 강제로 폐쇄되기도 했다.

한동안 줄었던 사망자 수도 다시 증가세를 보이며 13만7000여 명으로 늘어났다. 지난 2주간 일일 평균 사망자가 50% 이상 증가한 텍사스주에서는 시신을 보관할 냉동트럭이 다시 등장했다.

이에 일부 지역에서는 방역지침을 어기는 시민에게 고액의 벌금을 부과하는 등 강경책을 내놨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에 따르면 로스앤젤레스 샌타모니카에서는 마스크 없이 다닐 경우 첫 적발 시 100달러, 두 번째 250달러, 세 번째 500달러의 징벌적 벌금에 처한다. 캘리포니아 욜로 카운티도 사회적 거리 두기 등 공공 보건 지침을 어긴 사업장에 최대 1만 달러(약 1200만 원), 개인에게 최대 500달러(약 6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긴급 조례를 7일 통과시켰다.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시는 1일 보건 지침을 위반한 사업장은 10∼30일간 폐쇄한다는 지침을 밝혔다.

급증한 환자들 때문에 일부 주는 경제활동 재개 수준을 다시 1단계로 되돌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모든 주민이 집에 머물도록 하면서 장 보기, 병원 치료 등 필수적인 외출만 허용하는 기존의 자택대피령으로 사실상 되돌린다는 의미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도널드 트럼프#코로나19#선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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