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WHO, 한달내 中서 독립 증명해야… 아니면 탈퇴할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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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가 中보다 지원금 12배 분담”… 자금지원 중단 카드로 WHO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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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원지를 놓고 중국과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 세계보건기구(WHO)의 친중 성향을 지적하며 ‘30일 안에 개선이 없으면 자금 지원을 영구 중단하거나 탈퇴할 수 있다’는 최후통첩을 날렸다. 19일 194개 WHO 회원국은 유럽연합(EU)과 호주 등이 주도한 코로나19 독립 조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중국 측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에게 보낸 4쪽짜리 서한에서 “30일 안에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성을 증명하는 개선안을 내놓지 않으면 자금 지원을 영원히 중단할 수 있음을 알린다. 우리의 회원 자격도 재고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는 WHO가 앞으로 나아갈 유일한 길은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을 보여주느냐에 달렸다며 “미국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조직에 납세자의 돈을 지원할 수 없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 앞에서도 WHO를 중국의 꼭두각시(puppet)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미국이 WHO에 연 4억5000만 달러의 분담금을 내는 반면 중국은 미국의 약 12분의 1에 불과한 3800만 달러만 낸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앨릭스 에이자 미 보건장관은 18일 화상으로 열린 세계보건총회(WHA)에서 “한 회원국이 투명성 의무를 조롱해 전 세계에 엄청난 희생을 초래했다”며 중국을 정면 비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중국의 반대로 대만의 WHA 참가 시도가 무산된 것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존 울리엇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WHA에서 “코로나19 피해국에 20억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을 비난했다. 그는 “점점 더 많은 나라가 중국의 책임을 묻는 것에서 주의를 분산하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중국 외교부는 19일 “중국도 이 결의안 초안의 공동 제안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조사 대상의 범위에 미국도 포함해야 한다. 중국은 조사를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상무부 역시 “향후 5년간 호주산 보리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호주산 보리와 쇠고기의 최대 수입국인 중국은 12일에도 일부 호주산 쇠고기의 수입을 금지했다. 호주가 미국 편에 서서 코로나19 조사를 촉구해 왔다는 인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발끈한 호주 역시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의사를 밝혔다.

미중 갈등의 한복판에 있는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는 18일 성명에서 “미국의 화웨이 제재는 자의적이고 치명적이며 결국 미국의 이익도 해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국 갈등의 불똥은 미 주식시장으로도 튀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미 2위 증권거래소 나스닥이 외국 기업의 기업공개(IPO) 자격 및 회계감사 등을 강화하는 규정을 곧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새 규정의 핵심은 IPO 규모 하한선을 최소 2500만 달러(약 306억 원)로 규정한다는 것이다. 2000년 이후 나스닥에 상장된 155개 중국 기업 중 40개가 이에 미달했다. 회계 강화 역시 지난해 초 나스닥에 상장한 ‘중국판 스타벅스’ 루이싱커피의 회계부정 사건 때문으로 풀이된다. 누가 봐도 중국 기업을 겨냥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은 반드시 미 증시의 규칙을 따라야만 한다”며 싫으면 다른 나라 주식시장으로 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중국 금융 당국 역시 중국 기업에 영국 런던 증시 상장을 독려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코로나19#중국#w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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