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재무부, 한국 ‘환율 관찰대상국’ 유지…중국 노골적 겨냥?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29일 16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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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재무부가 28일(현지 시간) 한국을 기존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유지했다. 또 첨예한 무역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이 아닌 기존 ‘관찰대상국’으로 유지했다. 하지만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중국의 외환시장 개입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는 등 환율전쟁 불씨가 여전하다.

● 관찰대상국 지정 요건 강화

재무부는 이날 2019년 상반기 ‘주요 교역국의 거시경제 및 환율정책 보고서’를 통해 한국 중국 일본 독일 등 총 9개국을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했다. 지난해 10월 이 명단에 올랐던 인도와 스위스가 빠진 대신 아일랜드 이탈리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베트남이 추가됐다. 이에 따라 관찰대상국 숫자도 기존 6개국에서 9개국으로 늘었다. 관찰대상국은 환율조작국의 전 단계로, 미국 정부가 해당국의 환율조작 가능성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는 의미다.

관찰대상국 지정 기준은 △지난 1년간 200억 달러(약 24조 원)를 초과하는 대미 무역흑자 △국내총생산(GDP) 대비 2%를 초과하는 경상흑자 △지속적이고 일방적인 외환시장 개입(GDP의 2%를 초과하는 외환을 12개월 중 6개월 이상 순매수) 등 3가지다. 이중 2개 요건에 해당하면 명단에 오른다. 현재 한국은 3개 요건 중 지난해 GDP의 4.7%였던 경상흑자 1개만 해당한다. 이에 재무부는 “다음 보고서 발간 시점에도 현 상황이 유지되면 한국을 관찰대상국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재무부는 이번부터 보고서 작성 기준도 대폭 강화했다. 경상흑자 요건을 기존 ‘GDP의 3%’를 ‘GDP의 2%’로 바꿨다. 외환시장 개입 기간도 기존 ‘12개월 중 8개월’에서 ‘12개월 중 6개월’로 조정했다. 주요 교역국 범위도 기존 ‘교역 규모가 큰 12개국’에서 ‘교역 규모 400억 달러 이상’으로 변경했다.

미 재무부는 주요 교역국의 경제 및 환율정책을 조사하고 평가해 매년 2차례 환율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한다. 보통 매년 4월과 10월 공개되나 올해 공개 시기가 늦어져 미중 무역갈등 영향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 중국 노골적으로 겨냥

재무부는 특히 보고서에서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한 9개국 중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에 가장 많은 양을 할애했다. 보고서는 “중국의 환율정책 관행, 특히 달러대비 위안화의 평가절하를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외환시장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년 간 위안화 가치는 8% 하락했다. 또 2018년 말 기준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4192억 달러(약 501조 원)로 주요 교역국 중 최대다.

재무부의 경고는 23일 상무부가 중국을 겨냥해 상계관세(타국 정부의 보조금 지원을 받은 외국 상품이 수입돼 피해가 발생하면 관세를 물리는 제도) 가능성을 언급한 지 5일 만에 나온 압박 움직임이다.

국제 금융시장에서도 위안화 가치가 달러당 7위안을 넘는 ‘포치(破七)’에 대한 경계심리가 커지고 있다. 29일 역외시장에서 달러대비 위안화 환율은 6.92위안 대를 기록했다. 17일 6.9491위안까지 올라 7위안 선을 위협한 바 있다.

중국은 크게 반발했다. 관찰대상국 3개 요건 중 ‘200억 달러를 초과하는 대미 무역흑자’ 1개 조건에만 해당하는데도 미국이 무리하게 압박한다는 이유에서다. 중국은 최근 위안화 하락 및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는 무역 갈등 격화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로 외환시장 개입과 무관하다는 논리를 폈다. 중국 금융 수장인 궈수칭(郭樹淸)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 주석은 최근 “의도적으로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려 무역 충돌에 대응하려고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국제금융 전문가들은 위안화 평가절하가 중국의 수출 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효과가 있지만 대규모 자본 유출을 자극하고 미국의 추가 압박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중국 정부 역시 이를 그리 선호하지는 않는다고 분석하고 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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