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키나파소서 구출한 인질 두고…韓·佛·美, 3국 사건 처리 방식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13일 17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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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도착한 한국인 피랍자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서 구출된 한국인 피랍자(앞줄 왼쪽)가 11일(현지 시간) 프랑스 벨리지빌라쿠블레 군 공항에 내려 이동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오른쪽)이 직접 구출된 피랍자들을 맞이했다. 이날 공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피랍자들은 “목숨을 잃은 두 장병의 가족을 찾아 애도를 표하겠다”고 밝혔다. 벨리지빌라쿠블레=AP 뉴시스
佛 도착한 한국인 피랍자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서 구출된 한국인 피랍자(앞줄 왼쪽)가 11일(현지 시간) 프랑스 벨리지빌라쿠블레 군 공항에 내려 이동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오른쪽)이 직접 구출된 피랍자들을 맞이했다. 이날 공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피랍자들은 “목숨을 잃은 두 장병의 가족을 찾아 애도를 표하겠다”고 밝혔다. 벨리지빌라쿠블레=AP 뉴시스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서 무장 세력에 납치됐다가 10일 프랑스군의 구출 작전으로 풀려난 인질을 두고 한국과 프랑스, 미국 등 3개국이 각기 다른 방법으로 사건을 처리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프랑스 언론은 인질 구출작전이 성공한 뒤 바로 인질들의 얼굴과 실명을 공개했다. 파리 외교 소식통은 “프랑스군이 직접 구출해 국민적인 관심이 크지만 이 보다는 인질 구출 과정에서 군인 2명이 희생돼 여론이 좋지 않다. 이런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피랍자들을 마중하기 위해 직접 공항에 나간 것에 대해 비판 여론도 강하다. 마린 르펜 국민연합 대표는 “인질을 영웅처럼 대할 필요가 없다”며 “우리가 해야 할 행사는 오직 희생된 병사들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비난했다. 이번 구출 작전에 투입된 위베르특공대의 본부가 있는 툴롱 지역 시장은 인질을 겨냥해 “의식 없는 여행객들”이라고 비난했다. 현재 인질들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곧 대외안보총국(DGSE)의 조사를 받는다.

반면 미국은 인질이 구출된 뒤 부르키나파소 주재 미국 대사관을 통해 인질을 수용하고 이후 어떤 반응도 내놓지 않고 있다. 인질로 붙잡혔던 사람이 여행을 하던 여성이라는 점을 빼고는 어떤 정보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미 국무부가 구출 직후 프랑스군에 감사의 뜻을 전한 뒤에도 추가 언급이 없었다. 주간지 르 주흐날 드 디망쉬는 12일 인질 사진을 게재하면서 미국인 인질만 뺐는데, 이는 미국 정부가 강력하게 요청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국인 인질 장모 씨는 현지에 한국대사관이 없어서 프랑스군의 협조를 받아 프랑스인들과 함께 이동했다. 최종문 프랑스 주재 한국대사는 11일 마크롱 대통령과 함께 공항에 나가 장 씨를 맞았으며 14일 앵발리드에서 열리는 프랑스 순직 군인 추모 행사에서 감사의 뜻을 전할 예정이다. 장 씨는 프랑스에 도착한 뒤 프랑스 인질들과 함께 군병원에서 건강 검진을 받았다. 한국 정부와 언론은 장 씨에 대한 사생활 보호를 위해 실명과 얼굴 공개를 하지 않고 있으나 언론에 사진이 일부 공개되는 것까지 막지는 않았다. 프랑스 언론 르피가로는 “한국인과 미국인 인질에 대한 정보가 노출되지 않고 있는 점이 의아하다”고 평가했다.

한편 인질들이 납치됐던 장소가 프랑스에선 여행 금지 지역에 해당되는 ‘레드존’이 아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장이브 르 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은 프랑스군이 인질 구출작전 직후 “프랑스 인질들이 피랍된 베냉 북부 펜드자리 사파리 공원은 꽤 오랫동안 ‘레드존’이었다”이라고 말했다. 레드존은 프랑스 정부가 지정한 4단계 여행 주의 경보 중 가장 높은 단계로 ‘어떤 경우에도 이 지역에서 이동을 하지 말 것’을 뜻한다.

장이브 르 드리앙 장관의 발언으로 여행 금지 지역에 들어가 프랑스 장병 2명이 아깝게 목숨을 잃었다는 비난이 인질에게 쏟아졌다. 그러나 12일 일간 르피가로에 따르면 인질이 피랍됐을 당일인 지난 1일에는 이들이 머문 공원이 ‘레드존’에 해당되지 않았다. 공원은 대부분 조심 단계인 ‘옐로우존’이었으며 일부는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가지 말 것’을 권고하는 정도인 ‘오렌지존’이었다.

피랍 사건 이후 프랑스 외교부는 홈페이지에서 이 공원의 여행 경보 단계를 ‘레드존’으로 올려놓았다. 에릭 슈발리에 프랑스 위기관리센터장은 르피가로에 “피랍 이후인 10일 레드존으로 바뀐 것이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오렌지 존이라도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가지 말아야 한다. 여행은 특별한 이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파리=동정민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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