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입시비리’ 비난한 트럼프…알고보니 트럼프 가문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4일 16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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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뒤흔든 대학입시 비리를 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강력히 비난하고 나섰지만 정작 트럼프 가문도 정당한 대학입시와는 거리가 멀다고 워싱턴포스트가 13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입시비리 수사결과가 발표되자 “부정하게 자녀를 입학시킨 부모들을 보면 부와 특권의 카탈로그(목록)다. 이런 사람들 때문에 명문대 입시 부패가 커진다”는 내용의 트윗을 올렸다. 그러자 켈리엔 컨웨이 백악관 고문은 트위터에서 이번에 기소된 유명 배우 펄리시티 허프먼과 로리 로클린을 조롱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도 “자신들의 주장을 크게 떠드는 할리우드가 오늘따라 유달리 조용하네”라고 비꼬았다.

그러나 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부터가 입시비리로부터 떳떳할 수 없다다는 것이다. 그는 뉴욕 사립대 포드햄대를 2년간 저조한 성적으로 다니다가 명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비즈니스스쿨 학부과정에 편입했다. 트럼프 전기 작가 그웬 블레어에 따르면 와튼 스쿨에 다닐만한 학업 수준은 아니었지만 와튼의 입학 사정관이 트럼프 형의 동창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1990년대 말 펜실베이니아대에 150만 달러(약 17억 원)를 기부했다. 자녀 트럼프 주니어(1996년)와 이방카(2000년)가 이 대학에 입학할 때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도 빠지지 않는다. 쿠슈너가 하버드대에 입학하기 전 뉴욕의 유명한 부동산 재벌인 그의 아버지가 250만 달러(약 28억3000만 원)를 학교 측에 기부했다. 쿠슈너의 SAT(대학수학능력시험)와 GPA(고교평점)가 크게 떨어진다는 것은 하버드 입시관계자들 사이에서 널리 알려진 일이라고 한다.

미국에서 거액의 기부금을 내고 대학에 입학하는 것은 종종 있는 일이어서 탓할 일은 아니다. 앨 고어 전 부통령 등 상당수 정치인들도 ‘기부금 입학’을 했다. WP는 “기부금 입학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부와 특권의 세계에 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마치 자신은 이런 세계와는 동떨어진 ‘아웃사이더’처럼 말하면서 자신을 팔아버린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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