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2살 아이, 엄마와 美서 극적 재회 10일만에 이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30일 17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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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의 한 어린이병원에서 예멘 출신 여성 샤이마 스윌레가 유전성 뇌질환으로 죽음을 앞둔 두살배기 아들 압둘라 하산을 안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의 한 어린이병원에서 예멘 출신 여성 샤이마 스윌레가 유전성 뇌질환으로 죽음을 앞둔 두살배기 아들 압둘라 하산을 안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이민 행정명령’에 가로막혀 엄마와 떨어진 채 죽어가던 예멘의 두 살배기 남자아기가 28일(현지시간) 결국 숨졌다. 행정명령 예외를 인정받은 엄마와 극적으로 재회한 지 10일 만이다.

이날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은 유전성 뇌질환으로 캘리포니아 주 오클랜드의 한 어린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압둘라 하산(2)이 세상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장례식은 다음날 오후 인근 센트럴 밸리의 이슬람 묘지에서 열렸다.

장례식에서 아버지 알리 하산(22)은 “반이민 행정명령으로 아이의 엄마가 미국에 오기까지 무려 1년 이상 걸렸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의 부인이자 아이의 엄마인 샤이마 스윌레(21)는 이날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미국 시민권자 하산과 예멘인 스윌레는 2016년 예멘에서 결혼한 후 이집트로 이주했다. 같은 해 12월 아들 압둘라를 낳았지만 압둘라는 저수초형성 신경증이라는 퇴행성 뇌질환을 갖고 태어났다.

하산은 희귀병에 걸린 아들을 치료하기 위해 부인과 미국으로 이주하려 했다. 하지만 부인 스윌레의 미국 비자 발급이 번번이 거절당했다. 트럼프 정권이 예멘 리비아 이란 등 무슬림권 5개국 국민과 베네수엘라, 북한 국민의 미국 입국을 제한하는 ‘반이민 행정명령’을 발동했기 때문이다.

스윌레는 이집트에서 계속 미국 비자를 신청했지만 압둘라의 건강 상태는 갈수록 나빠졌다. 할수 없이 아버지 하산이 올해 10월 아들과 함께 먼저 미국으로 떠났다. 스윌레는 아들이 생사를 넘나들고 있는 순간에도 곁에 있을 수 없었다.

하산 부부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지자 여론이 들끓었다. 특히 미국 무슬림 인권단체 미국-이슬람교류협의회(CAIR)가 정부 관계자에게 1만5000통의 이메일을 보내고 기자회견을 열자 상황이 달라졌다.

미 국무부는 스윌레에 예외를 인정해 이달 18일 비자를 발급했다. 하루 뒤 미국에 도착한 스윌레는 생명유지 장치에 의존해 간신히 버티던 아들 압둘라를 품에 안을 수 있었지만 10일 만에 다시 아들과 이별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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