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외교관 이어 대북 사업가까지…중국, 미국 놔두고 캐나다에만 보복?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13일 19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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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단둥과 베이징에서 캐나다인 2명 연달아 체포
김정은과 활짝 웃었던 캐나다인 대북사업가, 북중 접경지역서 한국 가려 이동 중 체포
멍완저우 체포 요청한 미국 대신 체포한 캐나다에만 보복
미국 사드 배치한 한국에만 보복 떠올리게 하는 행태

중국이 10일 북-중 접경지역인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과 베이징(北京)에서 캐나다인 2명을 잇따라 체포함 것으로 알려졌다. 멍완저우(孟晩舟) 화웨이 부회장을 캐나다가 체포한 데 대한 보복으로 중국 당국이 그동안 주시하던 캐나다인들을 한꺼번에 억류했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0일 베이징에서 전 캐나다 외교관 마이클 코프릭이 중국 국가안전부에 체포된 사실이 12일 알려진 데 이어 13일에는 캐나다인 대북 사업가 마이클 스패버가 10일 단둥(丹東)시에서 중국 당국에 체포된 사실이 뒤늦게 공개됐다.

랴오닝(遼寧)성의 관영 매체 둥베이신원왕(東北新聞網)은 13일 캐나다 대북사업가 스패버가 “국가안보를 해친 혐의로 체포돼 단둥 국가안전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가안전부(지방에서는 국가안전국)는 중국의 정보기관이다. 스패버는 10일 단둥에서 기차를 타고 랴오닝성 다롄(大連)으로 가던 중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스패버는 다롄에서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탈 계획이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가 보도했다. 스패버는 체포 하루 전인 9일 트위터에 북한 사리원에서 자전거 타는 주민들의 사진을 올리면서 “서울에 돌아간다. 10일부터 며칠 동안 서울에 있을 것”이라고 적었다.

기욤 베루베 캐나다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성명을 내고 “북-중 접경도시인 랴오닝성 단둥(丹東)시를 근거로 활동하던 사업가 스패버가 실종됐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스패버는 “중국 당국으로부터 심문을 당했다”며 캐나다 정부에 알린 뒤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특히 스패버가 체포된 날은 10일로 국제분쟁 전문 연구기관인 국제위기그룹(ICG)의 선임 고문으로 활동 중이었던 코프릭이 역시 국가안전부에 의해 억류된 바로 그날이다.

코프릭의 체포 이유에 대해서도 중국 당국은 “국가 안보 위해”라고 밝혔다. 코프릭이 중국에 등록되지 않은 비영리기관 소속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스패버의 경우 북-중 접경지역에서 북한과 관련된 모종의 일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있다. 중국 당국이 그동안 눈감아주던 일에 갑자기 문제를 제기하면서 억류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스패버는 캐나다의 대북교류단체 ‘백두문화교류사’ 대표를 맡고 있다. 2014년 1월 미국프로농구(NBA) 선수 데니스 로드먼의 방북을 주선했다. 지난해 7월 평양 국제탁구연맹 세계순회경기대회 등 북한에서 열리는 여러 행사에 관여했다. 특히 스패버는 로드먼 방북 때 김정은 위원장과 만났다. 그의 페이스북에는 김 위원장과 만나 함께 활짝 웃는 사진이 여럿 올라와 있다.

앞서 중국 외교부는 멍 부회장이 1일 체포되자 주중 캐나다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심각한 후과를 낳을 것이고 모든 책임을 캐나다가 져야 할 것”이라고 엄중 경고했다. 이후 중국 측은 캐나다 기업들과의 주요 거래 서명을 잇달아 연기했다. 캐나다에 대한 중국의 전방위 압박은 미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국 배치 과정에서 한국에만 각종 보복성 제재를 집중한 중국의 행태를 떠올리게 한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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