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 지키려다 전력난 부를 판… 원전 축소 미루는 마크롱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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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2025년 50% 감축’ 공약… 에너지 수급-실업 문제 고심
전문가 집단과 실무토론 하며 환경단체는 한명도 안불러
효과 적은 재생에너지 예산 삭감… 佛전력청, 원전 수명연장 추진

“역사적이고 건설적인 결정이 내려질 것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6일 개각 발표 후 TV 연설에서 조만간 발표할 에너지 장기 계획안에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그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공식 발표는 계속 미뤄지고 있다. 당초 이달 30일 예정됐던 ‘2018∼2028 에너지 계획안’ 발표가 다음 달 중순으로 연기됐다고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가 23일 보도했다. 6월 말에서 10월로 연기됐던 계획안 발표가 또다시 미뤄진 것이다.

하루 뒤인 24일에는 마크롱 대통령이 에너지 관련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관련 연구 단체장 30명을 엘리제궁에 불러 모아 실무 토론을 진행했다. 그러나 원전 축소를 요구하는 환경 시민단체는 한 명도 부르지 않았다. 에너지 기업 CEO들도 재생에너지 회사는 뺀 채 원전·석유·가스 회사만 불러 다음 달 발표는 이상보다는 현실론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가장 큰 고민은 원전 축소 시점이다. 프랑스는 전력 생산의 70% 이상을 원자력에 의존하는 원전 강국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듬해인 2012년 프랑수아 올랑드 당시 대통령은 75%에 달하는 원전 의존율을 2025년까지 50%로 줄이겠다고 공약해 당선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지난해 대선에서 이 계획을 지키겠다고 공약하고 당선됐다. 지난해 7월엔 전체 원전 58기 중 노후화된 17기를 2025년까지 폐쇄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상과 현실은 달랐다. 니콜라 윌로 전 환경장관은 지난해 11월 “에너지 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대규모 실업이 발생할 수 있다”며 “원전 감축 목표 연도를 미뤄야 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당시 목표 연도를 2030년으로 예상했지만 최근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는 2035년으로 늦출 뜻을 내비쳤다.

더 큰 문제는 2025년에서 2035년으로 10년을 늦추는 목표도 달성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2035년까지 원전 28기가 50년 수명에 도달한다. 수명이 다한 원전을 폐기만 해도 목표가 달성되지만 이미 프랑스전력청(EDF)은 2025년까지 1억5000만 유로(약 1950억 원)를 들여 수명을 60년으로 연장시키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페센하임 원전 2기 폐쇄를 놓고도 6년간 큰 홍역을 치르고 있다. 노동자들과 지방자치단체의 반발로 올랑드 정부는 임기 내 폐쇄 공약을 지키지 못했다. 마크롱 정부는 새로 짓고 있는 플라망빌 원전 건설이 마무리되면 페센하임 원전을 폐쇄할 계획이었지만 완공이 8년(2012년→2020년)이나 늦어지면서 차질이 빚어졌다.

재생에너지 수급도 따라주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생산을 40%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지만 아직 20%에 그치고 있다. 최근 마크롱 정부는 효과가 불투명한 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을 점검하며 예산 삭감에 돌입했다. 2020년까지 400억 유로(약 52조 원)가 투입될 예정이었던 6개 해양 풍력 프로젝트 지원을 250억 유로(약 32조5000억 원)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고, 공기업 에너지 회사들의 조수 간만을 이용한 발전 투자도 중단시켰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원전 2025년 50% 감축 공약#원전 축소 미루는 마크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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