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차 북미정상회담은 중간선거 이후에”…연내 종전선언 불투명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10일 14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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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대통령. 동아일보 DB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동아일보 DB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국 미국의 중간선거(11월 6일) 이후에 열리게 됐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가 목표로 했던 ‘연내 종전선언’이 불투명해졌으며, 북-미 간 비핵화 협상도 장기전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 시간) 아이오와주에서 열리는 중간선거 지원 유세를 위해 전용기로 이동하던 도중 기자들과 만나 “(북-미 정상회담은) 중간선거 이후가 될 것”이라며 “선거 유세 일정으로 너무 바빠서 정상회담을 조율할 수 없다. 지금은 떠날 수 없다”고 말했다.

북한이 요구해 온 것으로 알려진 ‘중간선거 이전 정상회담’을 거부하면서 북한의 의도대로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는 해석이다.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지난달 말 언론 인터뷰에서 “정상회담이 10월에 열릴 수도 있지만, 그 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 바 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3차 남북 정상회담과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을 통해 북-미 모두가 원했던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열기로 합의하는 성과를 얻었다”며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회담을 서둘렀다가 주류 언론의 비판을 받을 경우 오히려 선거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의전과 경호에 한 달 이상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회담 시기가 11월 중순 이후로 잡힐 거란 분석도 나온다.

회담 장소도 3~4곳으로 압축돼 실무협상을 통한 최종 조율을 남긴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2차 정상회담이 어디에서 열리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회담과 관련해 현재 계획을 짜고 있고 3, 4곳을 놓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차 정상회담이 열렸던) 싱가포르는 아마 아닐 것”이라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 개인 소유의 플로리다 리조트인) 마러라고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데려갈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는 아마도 그걸 좋아할 것이다. 나 역시 좋아할 것이다.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 한번 지켜보자”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를 오가는 ‘셔틀회담’ 가능성도 열어뒀다. 그는 “결국에는 미국 땅에서 그리고 그들의 땅에서 많은 회담을 하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쌍방향인 만큼, 그들의 땅에서도 역시”라고 말했다.

회담 장소와 관련해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지난번 싱가포르 회담 때 기자들 5000명이 취재를 신청했었다”며 “이번에도 5000명 정도는 수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춘 곳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회담 시기와 장소를 확정하는 것은 물론 구체적인 비핵화 실무협상을 앞두고 신경전이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미국은 북한이 원하는 대북제재 완화에 대해 다시 한번 불가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제재들을 해제하지 않았다. 매우 중대한 제재를 유지하고 있다”며 “그것들(제재)을 해제하고 싶지만 그러려면 우리는 뭔가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북한이 제시한 비핵화 수준에서는 제재 완화가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북한이 비핵화를 통해 경제적으로 번영을 이룰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나는 북한이 정말 성공한 나라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엄청나게 경제적으로 성공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다른 나라들과 다른 국민들, 사업가들과 은행들이 그곳에 가서 투자하길 원한다고 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투자 대신 다른 나라의 투자를 언급한 것은 대북 투자의 위험을 미국이 감수하지 않으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에 대해선 “어제 폼페이오 장관과 방북에 대해 길게 대화를 나눴다”며 “김 위원장과 정말 좋은 만남을 가졌다”고 평가했다. ‘발표 내용이 미흡해 좌절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좌절감을 느끼지 않았을 뿐더러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믿기지 않을 정도다. 나는 속도가 놀랍다고 생각한다”며 “김 위원장과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 이것이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아시아 순방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갈 길이 멀고 할 일은 많지만, 우리는 이제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할 길을 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궁극적인 목표’에 대해선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라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자신의 4차 방북에 대해 “진정한 진전을 이뤘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그와 보낸 시간에 대해 김 위원장에게 감사하다”며 “그곳에서 우리는 두 나라 앞에 놓인 모든 사안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신을 북한에 보낸 것에 대해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했다고 전했다.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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